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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6]

07.19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따뜻한 쿠셋 칸의 꼭대기에서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날이 밝아 햇살이 커튼을 뚫고 벽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6인용 쿠셋이라 사람이 가득 차면 복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다행히 나랑 동행 둘이서 전체를 독차지 할 수 있어서 여유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불행히 이후에는 항상 복닥복닥 거리는 쿠셋 칸에서 잤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사항이긴 했지만 동유럽 유레일 패스로도 쿠셋을 이용하려면 항상 추가금을 내야 했다. 계산을 해본 결과 나처럼 오스트리아에서도 열차를 이용할 것이라면 동유럽 유레일을 사는 것이 낫고, 헝가리, 폴란드, 체코 같은 국가들에서만 열차를 이용할 것이라면 그냥 그때그때 돈을 내고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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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윽고 차장이 안에 초코렛이 든 빵과 커피, 그리고 어제 맡겨두었던 여권을 들고 잠을 깨우기 위해서 찾아왔다. 열차는 곧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도시와 전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풍족함과는 다르게 헝가리에 들어서자 조금 다른 창 밖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지막하고 획일적인 건물들, 잘 관리 되지 않은 외벽과 정원 등으로 여름인데도 황량함을 느끼게 했다. 여기부터는 구 동유럽으로 분류되던 국가들이다. 코카콜라는 여기서도 마실 수 있겠지만 그 맛은 서쪽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열차가 잠시 서다가다를 반복하더니, 이것이 슬슬 지겨워질 무렵 둔중한 움직임으로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했다. 열차를 통한 교통이 일찍이부터 발달한 유럽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사람들이 모두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으리라. 나처럼 열차를 평생에 손꼽아 볼만큼 타본 사람은 옛날 흑백 영화 속에 반복되던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 기차역이 연상되어서 다소 신기했다. 아주 오래된 역사와 아주 오래된 플랫폼이었다.

가득 짐을 채워 넣은 배낭을 둘러매고 내리자, 열차 안이 오히려 조용했다 싶을 정도로 번잡하고 시끌시끌했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다가가서 숙박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소위 삐끼들이 넘쳐난다. 빈 방을 놀리느니 여행객들을 재워주고 얼마간의 돈을 받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반인들까지 이러한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는 듯 하나, 역시 허가를 받지 않는 것은 다 불법으로 간주된다 한다. 안전과 가격을 위해서라면 정식으로 운영되는 유스호스텔을 찾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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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유로화를 헝가리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환전소를 찾는 것이다. 역에서 운영하는 환전소는 항상 비싸다. 아침 일찍이지만 근처의 괜찮은 환전소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서쪽 중심가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 이른 시각, 게다가 일요일이라 문을 연 환전소는 몇 없었지만, 그나마 있는 것 중에 괜찮은 것들을 추렸다. 우리나라 주유소들처럼 입구에 어떤 비율로 교환이 가능한지가 적혀있었다. 한 시간 쯤 돌아다니면서 살펴보고 가장 나은 곳에서 일단 내일까지 쓰이게 빠듯할 것 같은 양을 교환했다. “이렇게 환전소가 많은데, 나중에 다시 바꾸면 되지 머.”라는 생각이 이었는데, 이 때문에 내일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 _-

그 다음으로는 하루 숙박할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내일 저녁에 부다페스트를 떠나 크라코프로 다시 야간 열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기 때문에 하루 숙박이면 충분했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기에 별로 숙소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절할 수 있게 처음과 끝 여행지에서만 숙소를 예약했고 나머지는 다 직접 현지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일단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여행 책자에서 괜찮을 것 같은 민박 (가장 저렴한)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민박이라고 하고, 위치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아서 연락을 해봤더니, 운이 좋게 오늘 남는 방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워낙 한국인이 많이 찾는지 한국어로 인사도 하고, 가격도 한국어로 말해주신다.

3정거장 정도를 지하철로 이동해 숙소가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너무너무 오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영국을 제외하고는 전 유럽에서 가장 오래 전에 건설된 지하철이라고 한다. 한 100년은 되었을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숙소에서 마중을 나와계셨다. 역에서부터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해서 이러한 픽업 서비스가 없으면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환전을 위해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느라 너무 진을 뺐는지, 막상 숙소가 정해지고 나자 다시 나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잠도 5시간을 채 자지 못했고, 자리도 불편 했던 지라 편한 침대 위에 누우니 잠과의 싸움에 이겨낼 수가 없었다. 일단 몇 시간이라도 자고 그리고 다시 나서기로 했다. 이때가 오전 11시 남짓일 것이다.

헝가리, 중심가를 누비다

한참을 눈을 붙인 후 일어나, 오후의 한 중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정이 고작 1박에 불과해서 한정된 볼거리로 제한을 두어야 했다. 근교의 관광지는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시내에 위치한 중심 시설들만 모아서 보아야 했다. 이래서야 패키지 관광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했지만, 애초에 탓할 것은 짧은 일정으로 기획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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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훨씬 웅장할 것 같다 

나름대로 눈에 익은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이다. 영국 국회 의사당에 이어 두 번째로 거대한 국회 의사당 건물이라고 한다. 헝가리도 한때 부강한 나라였던가? 이쪽에서 강을 건너면 이 국회 의사당 건물과 호텔들이 밀집 되어있는 중심가가 나온다. 일단은 중심가 쪽은 내일 오후에 둘러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쪽의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 유적지들을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다소 늦은 오후였지만, 이때가 일요일이어서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웅성웅성 대는 소리와 함께 우리에게는 소매치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워낙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 난 나라인데다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특히 그런데, 우리는 먼 이국에서 온 꼬꼬마 동양인들로 좋은 사냥감 이었다 – ㅅ-.

오래되어 보이는, 옛날 아마데우스 시절에 나무 바퀴로 된 마차가 다녔을 것 같은 길을 한참 올라가보니 다리와 강 건너편의 현대식 건물이 차츰 멀리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도쿄나 뉴욕의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식 도심이 아니면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런 곳은 전 세계에 도쿄나 뉴욕 밖에 없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러한 한적한 도심? 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도 꽤나 도심이고, 꽤나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강이 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닮아서 문득 서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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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강, 넓은 평야

저 멀리까지 지평선이 보이는 모습이고, 건물들은 이를 방해하지 않는다. 강을 건너는 다리들은 꼭 필요한 곳에만 있어서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차 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한 도심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모여 살기를 좋아하지만,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사는 것도 좋지 않아 보인다. 유럽의 도시 같은 한적함이 서울에는 없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활기찬 도시라는 인식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사람이 도시를 설계하고, 사람이 분위기를 만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쉽게 올라올 수 있는 언덕을 힘겹게 걸어서 위쪽 부분에 다다르자, 어부의 요새가 나타나고 또 그 조각 상이 나타났다. 어부가 물고기를 잡는 어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다른 어부는 없지만, 조각상은 어부랑은 또 전혀 상관없이 생겼다. 외세의 침입에 맞서 여기서 싸워 지켜냈다고 하는데 언덕을 올라오는 곳곳에 성벽과 외부로 공격할 수 있게 뚫어놓은 구멍들을 봤는데, 여기가 요새의 역할을 하는구나. 이렇게 넓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에 그나마 언덕 같은 곳이라고는 여기 하나 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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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게임에 나오는 레벨 좀 높은 캐릭터 같다

일단 언덕을 올라오느라 힘들었으니까 여기서 콜라 하나를 사 먹으면서 휴식. 또 엽서도 하나 사서 기념품으로 삼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늘 저녁은 뭘 해먹을까를 고민했다. 오스트리아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 물가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고 지내왔는데, 이제 물가가 저렴한 헝가리에 왔으니 뭔가 영양 보충을 해야 할 듯 싶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숙소에서 나올 때 지하철 역 근처에 테스코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곳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무엇인가 먹는 것이 좋은 생각 같아 보였다.  여행 내내 테스코는 이곳 저곳에 있었다. 일단은 해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고, 더 이상을 돌아다니기 너무 피곤한 관계로 아까 올라오면서 봤던 다리를 건너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식욕, 그리고 수면욕

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노점상이나 공연 등이 있었지만 부지런히 걸어 지난 후, 보이는 상점에서 맥주를 하나 사서 마셨다. 일정 내내 맥주의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저렴했다. 심지어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오스트리아에서도 그랬는데 덕분에 생수보다 맥주를 훨씬 더 마시게 됐다. 날씨가 더울 때 사서 마시는 맥주의 시원한 맛은 그나마 오래 걸어 다닐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취기가 오른 얼굴로 대낮에 돌아다니는 것은 또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게 일상인 듯 했다.

기분 나쁜 경험 하나가 문득 기억이 난다. 이윽고 지하철 역에 들어섰는데, 어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나가와서는 내가 지하철 표를 잘 못 샀는데, 원래 가격의 30%를 할인해서 주겠다는 것이었다. 표를 보니, 한눈에 봐도 스캐너와 컬러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조잡한 위조였다. 더욱이 잘 못 샀으면 역무원한테 환불 받으면 되지 왜 나한테 와서 이걸 싼값에 팔아 넘긴담. 아무튼 이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여기저기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속지 않도록 조심할 것. 괜히 몇 백 원 아끼려다가 벌금만 몇 만원 내는 수가 있다.

자판기에서 파는 ‘정품’ 티켓을 구입한 후 우리가 도착했던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여기서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중간에 위치한 테스코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삼성-테스코에서 합작해서 만든 홈플러스가 있다. 지금은 물론 삼성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지만. 이곳 테스코에서 파는 물건 중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것들은, 육류, 치즈, 빵 같은 서양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것들은 우리나라의 반값, 1/3 정도에 불과한 것들도 있었다. 덕분에 돈이 모자라게 될 걱정 없이 환전했던 이곳 화폐를 마음껏 쓰면서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만들 수 있었다. 뭐, 그래 봐야 햄이랑 샌드위치 정도지만.

어제 거의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산 물건들을 가득 들고 돌아가는 길이 꽤나 멀고 힘들었다. 앞에도 썼지만, 단기 여행이 아닌 이상해야 충분히 먹고,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여행 동안 최초의 우리만 쓰는 숙소에서 충분히 쉬고 잘 것을 다짐하면서 숙소로 들어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내일은 짧았던 이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크라코프로 이동한다.

Posted by Hwijung

2010/03/01 17:46 2010/03/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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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5]

07.18

짤쯔부르크에서 혹한을 만나다.

설마 여름에 이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배낭 속에 든 옷 중 가장 두꺼운 것이라고는 얇은 홑겹의 아디다스 윈드브레이커뿐. 그나마 이마저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추위에 충분히 대비한다고 터질듯한 배낭안에 우겨넣고는 나의 철저한 준비성에 혼자 감탄했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이 마저도 부족한 날씨였던 것이다. 전날 할슈타트에서 짤쯔부르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짤쯔부르크를 향해서 몰려오는 거대한 먹구름을 봤어도 이는 여름에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 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과는 다르니까 조금 더 심해봐야 강풍을 동반한다는 것 정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쌀쌀한 한기에 몸이 뻣뻣해졌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참하고서도 멍한 정신을 수습할 수 없었는데, 당장 하루 숙박 예정으로 체크인했기 때문에 부랴부랴 아침식사를 하고 또 짐을 싸서 나가야했다. 하지만 문 밖은 밤사이에 급속도로 온도가 떨어져 최소한 5도에서 10도 정도의 날씨인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오는 상황이어서 선듯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이 들었다. 일단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최대한 배불리 먹은 후 체크 아웃 시간에 간당간당해서 숙소를 나섰다. 오늘 밤 2시에나 도착하는 야간 열차를 타기까지는 아직도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고, 또 너무 추웠다.

짤쯔부르크?

짤쯔부르크 최고의 관광상품은 무엇일까? 아마 여러가지 들수 있겠지만, 최고는 “모짜르트”라는데 많이 공감할 것이다. 모짜르트는 짤쯔부르크에서 태어났다. 향후에 활동 무대를 빈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아직도 그의 생가 등 많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하루동안 돌아보고 나서야 알게된 이야기 이고, 아침 나절에는 짤쯔부르크에 뭐가 있는지 뭐가 유명한지도 모른채 무작정 실내에서 둘러볼 수 있는 게 없을까 찾아 헤매면서 걸었다. 아니, 24시간 버스 이용권을 전날 구입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래, 성당안은 따뜻하겠지.

뭔지도 모를 건축물이, 그것도 오래되어 보이는 건축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광장에서 내려 아무곳이나 돈을 안내도 되는 성당을 찾아 들어갔다. 흐린 날씨에도 사람들은 어디서 이렇게 쏟아져 나왔는지 바글바글 했는데, 물론 난방같은 것은 있을 턱이 없고 바람만 막아 주는 것 만으로도 주님에게 감사하면서 웅웅대는 소리를 들으며 의자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사람이 몸이 녹인다, 추위에 몸이 언다. 2가지 상태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제 3의 상태, 몸의 에너지를 필사적으로 쓰면서 더 추워지지도 더 더워지지도 않은채로 유지만 하는 상태가 있다는 것을 여기서 알았다. 이 성당의 차가운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바로 그 상태였다. 이왕 얼어죽을거 용기를 내보기로 하고 성당을 나섰다. 기부금을 받고 있는 할머니의 시선이 꽃혔지만, 무시하고 그냥 걸어나왔다.

이 건축물 군집소 뒤쪽으로는 높다란 언덕 위에 성이 한채 서 있었다. 어제 숙소에서도 사진을 찍으러 나갔지만 실패하고 돌아온 이 성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돈!을 내야했다. 아직 젊은 우리들은 걸어 올라가서 걸어 내려올수 있는 방법이 없나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옛날 일본에서 에노시마를 방문했을때, 걸어올라가는 길 옆에 유료 에스컬레이터를 운영하는 걸 본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양쪽 옵션이 다 가능했었다. 이런 악랄한 오스트리안들!

일단 언덕배기가 너무 추웠기에 얼른 내려왔다. 이 이후의 일정은 사실 기억이 잘 안나는데, 너무 추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뭔가 내려오는 길에 엽서를 하나 샀던 것 같고, No Kangaroo in Austria 라고 써진 티셔츠가 가지고 싶었다. 이왕 24시간 무료인거 버스를 타고 아무곳이나 갈데까지 가보자해서 종점을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많이 남았다.

동행은 아까 그 성에 미련이 남았나보다. 나는 그냥 안올라가보기를 원했고, 동행은 걸어서라도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 올라가보기를 원했기에 여기서 찢어지기로 했다. 이따 다시 역, 짐을 맡겨놓은 코인라커 앞에서 보기로 했다. 사실 너무 추워서 산을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고 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허리도 심상치 않게 아팠다.

방금 우리가 피신했던 성당이 보인다

최악의 자연사 박물관

나는 너무 추워서 일단 가이드 북에 추천되어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들어가기로 했다. 자연사 박물관이 뭐 별거 있겠어 라면서 가이드 북을 의심했지만, 꼭 보라는 추천이 있어서 비싼 돈을 주고, 게다가 줄까지 서가면서 입장을 했다. 줄 서 있는 외국인이 하나도 없을 때부터 뭔가 의심을 하고 나왔어야 했다. 온통 꼬마와 꼬마를 데리고 온 부모들 뿐이고 나처럼 배낭여행객이 이런 곳에 오는 것은 정말정말 드물었다. 전시되어 있는 내용도 전 세계에서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괜찮았을텐데, 그래보이는 것도 영. 어설프게 고개를 좌우로 휘젓는 선사시대 맷돼지 같은 것은 Made in China 일 것 같았다. 사실 여기서 한 2~3시간은 때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시간도 안되서 마지막 전시실까지 돌았음을 알고는 도대체 이제 더 무얼 봐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광장

낮이 되어 그나마 온도가 좀 올라가는 것 같았으므로 자연사 박물관 주위에 있는 무엇인가를 좀 둘러보기로 하고 관광지도를 펼쳐들었다.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가보고 싶은 것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광장이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마에스트로의 이름을 딴 광장으로 "뭐 사실 별거 볼거 있겠어?" 했지만 그래도 가봤다, 안가봤다 차이는 있으니까. 게다가 남는게 시간이므로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이름에 지명이 나와있다

예상대로 분수대가 하나 위치한 조그만 광장이었지만, 음악의 도시 짤쯔부르크에서 20세기의 위대한 지휘자의 이름을 딴 광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이 도시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하긴, 그 정도면 세계에 자랑해도 된다. 내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서 시야가 좁게 나왔지만 저 뒤쪽의 단층 지형이 뭔가 케잌을 정교하게 썰어놓은 것 처럼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를 깎아서 터널을 만들어 놓기도 했는데,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동차가 다니기에는 너무 좁게 깎았다 싶은데다가 입구의 고풍스러운 조각 양식이 오래되어 보이기는 한다.

이런건 도대체 어떻게 깎아 만들었을까?

광장에서 다시 버스를 잡아 타고 넘실넘실 범람할 것 같은 강을 지나 미라벨 정원에 내렸다. 예전 초등학생때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본적은 있지만, 그때 배경이 되었던 곳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리는 없고, 그냥 이 곳이 사운드 오브 뮤직을 촬영했던 곳이구나. 하는 명성만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햇살이 화창하고 꽃들도 만개하고 이슬이 초롱초롱하고, 뭔가 새들도 지저귀고 동상의 대리석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한다면 영화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겠으나. 내가 도착했을 때 광장의 모습은 질척질척대는 바닥에 들어가기도 꺼려지는 나름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진도 뭔가 구도가 나와야 찍을 만 할텐데, 마치 모짜르트 장례식이 그려지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 같은 날씨여서.

  몇 십 년 전에는 줄리 앤드류스가 뛰어 다녔다

원래 활짝 개인날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역시 이렇게 우중충하지 않다. 사진에 실망해서 방문을 안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운이 없었던 거지. 하지만 17일간의 여행 내내 이렇게 날씨 때문에 애먹었던 것은 이때가 유일했다. 대부분 날씨는 화창하고 좋았으며 돌아다니기 괜찮은 화창한, 조금은 더운 날씨였다. 짐도 가볍게 꾸릴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여름이 여행다니기는 좋은 것 같다. 물론 선 블락을 엄청나게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음악의 성지

미라벨 공원에서 기차역쪽으로 조금 걸어가다보면, 모짜르트 생가가 있다. 21세기가 되었지만 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작곡가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위대한이나, 혹은 아름다운 곡을 작곡한이나, 존경할만한 작곡가라면 다른 사람의 이름이 거론 될 수 있겠지만, 천재적인 작곡가라는 것에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은 아직 이 사람이 유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가는 잘 보존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냐하면 나는 안들어가봤다) 세계 각국에서 모짜르트의 팬들이 기부금을 보내 이 생가를 유지 발전시키고 각종 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입구에는 기부금을 보내준 사람들의 명단이 쭉 적혀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역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일본 다웠다.

모짜르트가 태어났다. 2층에서.

모짜르트 생가를 휙 둘러보고는 다시 그 추위를 견디지 못해 버스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역이라면 바람은 피할 수 있겠지. 아직 1시간이 남은 약속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역에서 가만히 의자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고 역무원들을 보고 기차 시간표를 보고 코인라커에 짐을 맡기는 사람들을 보고 동양인이라면 더 유심히 보고 우리가 탈 열차는 언제쯤 도착할지 보고 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일행이 합류하고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가서 저녁 요기 거리를 할 먹을 것 그리고 열차에서 간단히 먹을 것등을 샀다. 역시 유럽은 유제품, 맥주, 육류가 너무 저렴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 나라만큼 육류가 싸다면 한국에 돌아가서 얼마나 행복할지에 대해서 상상했다. 우리나라는 먹을 거에 있어서는 정말 비싼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기초 생활 용품은 저렴하고, 고급 소비재는 비싼 형태가 되어야 복지 국가에 걸맞을 텐데.

노숙자 체험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역에서의 6시간 노숙이 남았다. 바람을 간신히 피할 수 있는 벤치에 앉아서 2시에 들어오는 기차를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딱히 둘러 볼 수 있는 공간도 없었고 아는 곳도 없었기 때문에, 사실은 벤치에 앉아서, 혹은 운이 좋다면 누워서 6시간 정도야 금방 갈 줄 알았다. 하지만, 몸이 덜덜 떨리는 추위와 불편한 의자, 그리고 짐을 분실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한잠도 이룰수가 없었다. 더욱이 주위의 노숙자들은 어슬렁 어슬렁 다가와 담배를 달라고 청하고 따뜻한 대합실의 칸막이 공간은 그들이 점거해서 그 냄새 덕분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한번 담배를 주니 보이기만 하면 담배를 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멀찍이 도망가 있어야했다.

오스트리아면 깔끔하고 청결할 줄 알았는데, 역의 노숙자들이 많은 것은 어기다 거기나 같았다. 기차가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현명했다면 주중에 어디 머물 공간을 마련해놓았을텐데, 후회는 소용없었다. 아마 이번 여행동안 가장 힘들고 고생했던 시간이 이 짧은 6시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군에서 비박할때보다 2배는 더 힘들었다. 그만큼 도착한 열차의 6인용 쿠셋이 그렇게 달콤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몸을 누이자 마자 잠에 빠져들어 헝가리로 향하는 덜컹거리는 열차 안에서 죽은듯이 잠들었다. 그렇게 노곤한 몸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여행의 2번째 나라에 도착했다.

Posted by Hwijung

2010/01/03 23:32 2010/01/0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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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4]

07.17

할슈타트로 이동

  기차를 이용한 교통이 발달되었다고 하는 유럽이지만,  반면, 그 역사가 오래된 탓에 구질구질한 열차를 타야되는일도 많다. 그나마 오스트리아 열차들은 깔끔하고 청결했지만, 이후 동유럽에서 운행되는 열차들은 족히 내 나이는 되었을 듯한 열차들도 많았는데, 열심히 청소를 한다던가, 고장난 곳을 즉시 고쳐야 한다던가 하는 서비스의 개념도 별로 없어서 그냥 감수하고 타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할슈타트로 이동하면서 탔던 열차는 마치 미래의 은하철도를 타는 듯한 최신식의 시설에 방금 출고 된듯한 먼지 하나 없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창 밖으로의 멋진 광경과 더불어 이러한 여행이라면 하루 종일 열차만 타고 돌아다녀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사파리를 하는 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열차에서 환상적인 창밖 풍경을 감상하다

  할슈타트는 소금 광산을 위해 만들어진 조그만한 마을이다. 아무래도 바다를 접하지 않는 내륙지방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염전 같은 것이 없으므로 소금을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옛날 바다였던 지반이 융기해서 생긴 곳을 파고 들어가 마치 석탄을 캐내듯 소금 덩어리를 캐내는 방법으로 부족한 소금을 구했나보다. 이를 이 마을에서 배를 통해 주위의 대도시로 운반하고는 했다 한다. 마을의 광부를 위한 시설이나, 선착장을 운영하기 위해 생겨난 아주 조그만 마을인데, 워낙 주위의 높다란 산들의 경관이 뛰어나고 호수와 가까이 붙어있어서 다양한 경관을 한눈에 볼수 있는 인형같은 마을이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같은 것을 그리 신용하지는 않지만, 그런 곳에도 등록되어있다고 하고;

산과 물,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

  수많은 관광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찾아들어 지금은 소금광산도 관광지로 변했고, 주위의 모든 집들이 다 민박, 호스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을 아기자기 하게 꾸미려는 노력도 한창이고 또한 한편으로는 활발하게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다. 너무 이곳 저곳에서 길을 보수하고 건물을 확장하고 하는 통에 시끄러운 공사장 소리로 번잡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관리된 부분이 많아 한번쯤 찾아와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당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짤츠부르크에서 빈을 향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서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는 호수 위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나, 산의 푸르름을 몸안에 가득 재충전 할 수 있다.

창문마다 잘 가꾸어진 꽃 

  높다란 건물 사이의 조그만 오솔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으면 조금씩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년, 300년전의 만화영화에서 봤던 유럽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찾아간 날은 다행히 그리 무덥지 않아서, 조그만 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그렇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 코인락커 같은 기본적인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준비되어있지 않아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간 경우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사실, 8시간 정도 머무를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식사를 하지 않거나 아주 간단하게 먹을 경우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돌아다닐 정도로 손바닥 보다 작은 마을이다. 마을 전체를 빙글빙글 2바퀴 정도 돌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기에, 호수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소금광산까지 운행되는 듯한 케이블카도 보였다.

처음으로 등장한 내 사진

  이 곳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호스텔 보다는 민박, 즉 조식도 포함되고 비교적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 아침의 이곳 모습이나, 밤의 모습을 꼭 보고 싶지 않다면 그냥 근처의 빈이나, 짤즈부르크까지 가서 숙박을 잡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정말, 작은 마을이라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배 편으로 마을로 들어가게 되는데 나오는 배 시간을 미리 확인해보고 마을을 돌아다니면 배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타워 크레인만 없었으면..

짤쯔부르크의 밤

  할슈타트에서 떠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밀 밭 사이를 열차로 한참 달려 짤쯔부르크에 도착했다. 빈에서 떠날때는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씨가 짤쯔부르크에 도착하자 바람이 불고 비가 부슬부슬, 쌀쌀하게 변해있었다. 처음부터 빈에서의 숙소 이외에는 숙박을 하나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짤쯔부르크 부터는 도착하는 도시에서 직접 숙박을 구해야 한다.

  우선 열차를 타고 도시에 도착하자 마자 인포메이션 센터에가서 도시의 호스텔들이 나와있는 관광지도를 구한다. 둘째로는 도시에서의 이동을 어떻게 할지 결정한다. 관광도시들은 1day pass 라고 해서 하루동안 무료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팔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볼만도 하다.

  아무튼 짤쯔부르크에서 관광지도를 얻은 후 근처의 호스텔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행 책자에 추천되어있는 호스텔이 가까이 있어서 일단 찾아가 빈 방이 있는지 물었더니 No.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이었던 다른 호스텔에 찾아갔다. 무려 일박에 24유로나 하는 고가 였지만, 더 이상 호스텔을 돌아다닐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싸도 눈물을 머금고 숙박을 결정했다. 캐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빈에서 짊어지고 왔던 밀린 세탁을 하고, 맛없는 맥주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더 이상 밤 늦게 말을 하거나, 걸어다니거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체력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빈에서의 싸구려 메트리스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팠고, 낮에 배낭을 매고 이동한 상태여서 이미 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짤쯔부르크를 샅샅히 살펴주마!

벽의 make new friends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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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8 19:02 2009/11/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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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3]

07.16

   빈(Wien)에서의 두번째 아침

   하루, 이틀 하고 말 여행이 아니라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되는 여행이라면 과욕은 금물이다. 먹는 것도 다르고, 자는 곳도 다르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거리도 다르고. 모든 것에 다 적응하느라 온몸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충분한 휴식 시간도 주지 않으면 병이 나기 마련이다. 아시아나 비행기가 얼마나 편한지 뼈져리게 느끼게 해준 오스트리아 항공에서의 불편한 좌석! 때문에, 허리가 안좋은 상태에서 첫날 무리를 했고, 또 18유로짜리 싸구려 유스호스텔의 더 싸구려 침대 때문에 기동력 50% 상태. 결국 계속 걸어다니던 여행을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여행으로 수정하고, 수면 시간을 충분히 잡았다. 첫날 6시에 나온 것과 달이 둘쨋 날은 9시에 집을 나섰다.

   쉔부른 궁전

   첫 행선지는 쉔부른 궁전이다. 전날에 옛날 궁전, 요즘 궁전, 높은 궁전, 낮은 궁전, 깨끗한 궁전, 지저분한 궁전, 궁전이라고는 지겹게 봤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궁전? 이번에는 넓은 궁전이다. 술래잡기를 말을 타고 해야할 정도로 넓고 깊은 숲이 우거져 있다. 여름에 방문하고, 숲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꼭 모기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로 독한 모기들이 많다. 낯가림이 없는 다람쥐들이랑 조금 더 놀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지체했다가는 모기들에게 피를 쪽쪽 빨린 미이라가 될 것 같아서 서둘러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궁전 뒤쪽에는 이렇게 넒은 정원이!

   장기판의 궁 내부 모습처럼 궁전을 가운데 두고 8방으로 길이 나있는데, 뒤쪽으로 돌아가면 언덕 높은 곳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수 있고 가는 길 내내 아름다운 조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동물원도 있지만, 동물이야 만국 공통으로 굳이 여기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패스. 뭔가 역사적인 유래라던가, 어떤 유명한 사람이 살았다는 것. 등의 사실을 쓰고 싶지만 너무 준비없이 떠난 여행이라 아는게 없다. 뒤쪽 언덕을 올라가면 오페라, 뮤지컬의 배경이 될 만한 건축물이 있고 그 곳에서는 빈 시내를 전부 조망할 수 있다. 어제 방문했던 슈테판 성당의 모습도 보인다.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평지로 이루어진 빈 시내를 전부 볼 수 있다.

   호이리게 언덕

   뭐든지 정리가 필요할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양한 것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경치 뿐아니라 머리속의 잡다한 것들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쉔부른 궁전의 뒷동산에서도 가능했던 일이지만 조금 더 욕심이 났다. 다시 트램을 타고, 버스를 타고 포도 농장이 빽빽한 호이리게 언덕으로 향한다. 궁전을 걸어다니느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언제 내릴지 모르는 정류장을 놓칠새라 눈을 부릅뜨고 트램을 탔다. 다행히 빵굽는 냄새 가득한 마지막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린다.

트램에서 내려서 버스를 환승

   햇빛은 살인적으로 뜨겁지만, 그늘만 찾는다면 서늘한 날씨다. 여행 내내 선크림을 제대로 챙겨바르지 못해 귀국할 때 쯤에는 소매 속의 살과 소매 밖의 살이 서로 선명한 경계를 두고 대비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선크림을 제대로 챙겨 발랐다 할지라도 이런 햇빛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기는 하다. 따가운 햇볕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 드디어 올라탄다. 그나마 버스는 에어컨이 있구나. 오스트리아에서도 지하철, 트램은 기본적으로 에어컨이 없다. 이후 가게 되는 다른 나라들은 더욱 심하다. 다시 또 언덕을 구비구비, 어딘가를 또 들락날락해서 닿은 곳이 한층 더 높은 곳의 언덕. 우리나라에서는 산 축에는 못낄 정도의 큰 언덕이다. 다행히 좋은 날씨 덕택에 멀리까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기만 아니면 포도밭을 거닐어 볼텐데.

플라터 유원지

   사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의 쉔부른 궁전, 오후의 호이리게 언덕, 그리고 저녁의 시청사에서의 필름 페스티벌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걸음을 재촉하게하는 모기와 햇살때문에 오후 늦게 시간이 비어버렸다. 숙소로 돌아가 쉬기도 조금 빠른 시간. 결국 부랴부랴 가이드 북을 찾아 적당한 시간안에 방문할 수 있는 관광지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인연도 없이, 아무 의도도 없이 방문. 알고 있는 사전 정보도 없지만, 여행 후에 “나는 여기도 가봤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방문한 플라터 유원지다. 매우 오래된 유원지고 영화에도 많이 나왔다는 것 뿐 흥미로운 것은 없었다. 한낮의 유원지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보다 호객꾼들의 외침이 더욱 컸다.

   

특이한 대관람차의 모양. 유명하단다.

시청에서의 필름 페스티벌

   빈까지 와서 빈 필하모닉의 공연을 못보고 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서 필름으로나마 만나보려고 했다. 여름이 되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빈 시민들은 이렇게 시청사 앞에 큰 스크린을 만들어놓고 마치 영화를 관람하는 것 같이 음악을 감상하는데, 근처에는 국제 음식 축제도 같이 열려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분들이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동남아, 일본의 음식은 있었지만, 한국의 음식은 없어서 아쉬웠다. 너무 비싼 가격에 다른 나라의 음식도 사서 먹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넘쳐났고 사실 관광객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시민들의 부킹의 장이 되는듯.

자리를 맡으려 2시간이나 일찍 도착

   오늘의 레파토리는 모짜르트 특집이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플룻 협주곡레퀴엠이 상연되었다. 전자는 베를린 필과 카라얀의 협연이었고 후자는 빈 필과 역시 카라얀의 협연이었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꽤나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한국 관광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내 자리 바로 앞에 앉은 분도 한국분이셨다. 공연 자체는 괜찮았지만 불편한 자리와 많은 사람들 그리고 숙소까지 돌아갈 교통편이 걱정되어 레퀴엠의 중간정도까지만 감상하고 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이제 내일은 빈을 떠나 짤쯔부르크로 향하게 된다. 돌아오는 비행기 편에 빈 국제공항을 들르기는 하지만, 이제 빈은 안녕이다. 화려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보잉처럼 찬란한 음악의 도시에서의 밤은 모짜르트의 레퀴엠과 함께 마무리 했다. 언젠가는 꼭 빈에 다시와서 빈 필하모닉의 공연을 직접 관람해야겠다는 소망을 마음 속에 접어 넣었다.

25년 전의 공연이 다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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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1 18:57 2009/10/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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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2]

07.14

   중국 북경국제공항 경유

   하늘은 뿌옇지만 생각보다는 날씨가 좋다. 흙먼지가 섞인 대륙의 냄새(?)가 난다. 약 2시간의 Transfer 시간. 생각보다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우리처럼 환승하는 승객들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간단한 영어도 통하고 생각보다는 느낌이 좋다. 생각지도 않은 기내식을 먹어서 인가보다. 이 공항은 새로 지은 건물인가? 깨끗하고 모든 것이 최신식이다. 체온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열이난다. 새로운 공기와 기압에 적응하는 느낌이다. 기내에서는 가능한 따뜻하게, 편하게, 수면을 취해야겠다.

   탑승 시작

   좁다란 기내에 틀어박혀 있는 것 보다는 밖에서 최대한 스트레칭을 하고 공기를 들여마시고 나중에 들어가는 편이 좋다.

   울란바토르 상공

   기장이 방송으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라고 한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말라버린 초원 한가운데 있는 나지막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보로딘의 음악 “중앙 아시아의 초원에서”가 생각난다. 비행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먼거리를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어서. 혹은 그 속도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백년전까지 모든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해발 8800m가 넘는 ‘하늘’에서의 광경을 강인한 체력과 고통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겸손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처럼 하늘에서 나와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지표면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까마득한 창공에서 수키로 떨어져있는 땅과 끝도없는 곳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면 나 이외의 다른 부분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에 압도될 수 밖에 없다. 지상으로의 한계가 있는 View와 하늘로의 한계가 없는 View는 각기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빈 숙소 도착

   역시, 새로운 표지판과 언어, 그리고 건물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명백한 지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숙소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이미 밤이 되어 도착한 숙소의 풍경에는 하루가 저물어 버린 나지막함만이 남아 있었다.

07.15

   빈, 첫날의 아침

   아침 5시부터 일어나서 6시가 될락말락하는 시간부터 숙소를 나섰다. 비교적 도심 관광지에서 가까운 숙소 덕분에 약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볼거리가 잔뜩 모여있는 중심시가에 도착할 수 있다.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거리에 빵을 굽는 냄새와 전차의 종소리만이 가득 차 있었다.

   빈, 구왕궁, 신왕궁

   빈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합스부르크 왕조의 중심도시 답게 오랜 기간에 걸쳐서 증측, 신축된 왕궁들이 다양하게 남아있는데, 이를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역사나 건축에 대해 조예가 깊다면 다양한 건축물들의 세밀한 차이에 집중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실제 궁궐의 방 몇개를 돌아볼 수 있는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빈, 슈테판 대성당

   빈은 구시가가 잘 보존되어있기는 하지만, 최신식의 건축물도 하나둘 들어서고 있는데, 오래된 성당 옆의 이러한 사이버틱한 건물은 수백년의 차이를 한눈에 느끼게 한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문화의 탄탄한 기반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성당의 거대한 몸집에는 그 세월을 버텨온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화재와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그것이다. 눈으로 이들을 확인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았다. 성당 특유의 경건함에 발소리마저 조심스럽게하고 살며시 사진을 찍었다.

  

   빈, 미술사 박물관

   왕궁의 하나를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주로 1400년대 이후의 서양회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왕조에 의해 수집된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물도 볼 수 있다. 내부의 휘황찬란한 장식과 벽화들은 왕족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살았는지 짐작케한다. 이러한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남아있어서 이를 또 다른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루벤스의 그림이 여러점 전시되고 있고 이를 통해 그림의 거대한 크기와 내용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박물관을 빠르게 흝어 보았음에도 3시간이 넘는 관람시간이 소요됐다. 아침 일찍 나선탓에 오후 늦게부터 피로해져서 오늘 하루는 이를 마지막으로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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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1 18:57 2009/10/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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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1]

  벌써 인천공항에서 익숙한 한국 공기에 놀란지도 한달이 되었다. 그 동안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고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으며 매일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막상 여행을 떠날때는 그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했으나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 많이 희미해진 지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곰곰히 곱씹어보는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퀄컴 IT TOUR 시리즈도 한참 걸렸는데 그 보다 기억할 것이 많은 이번에는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동유럽 유레일 패스를 구입하고 항공권을 예약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너무 급박하게 정해진 여행이라 충분히 오랜기간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다녀온 여행기를 보고 일정을 거의 배끼다 시피 참조했다. 15일 정도의 일정을 생각했고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체코의 4개국을 돌아보기로 했다. 한 나라당 3~4일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유레일 패스는 동유럽패스 기본 5일 권으로 구입했고 주로 국가 간 이동 야간 열차에 많이 이용했다. 가격은 어딜가나 대동소이하다고 생각되어 항공권을 예약한 여행사 사이트에서 주문했다. 다행히 2일만에 집까지 배송되어서 출발 하루 전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숙소는 오스트리아 빈/체코 프라하에서의 각각 2박 정도씩만 예약했다. 한인 민박이 아닌 유스호스텔 위주로 숙소 계획을 세웠고 주로 8인 사용의 도미토리를 이용했다. 중간에 일정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모두 예약하는 것을 지양했다. 7월 꽤나 붐비는 성수기에 출발했지만 단 한번만 숙소가 모두 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찾아가는 숙소에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항공권은 워낙 급박하게 구한지라, 93만원 정도에 베이징을 경유하는 아시아나/오스트리아 항공으로 구입했다. 직항도 있고, 두바이, 터키를 경유하는 등 다양한 항공편이 있었지만 모두 가격이 비싸거나 매진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금 일찍 예약하면 80만원 대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여행에 대한 간단한 요약은 이쯤하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음악의 도시 빈 부터 곱씹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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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13:26 2009/08/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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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동유럽으로 떠나는가?

  나는 참 집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학교와 직장들이 항상 집 주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다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하는 타입? 물론 일상을 내가 잘 정돈해서 변화시키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행처럼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나를 내버려두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싫어한다, 성향에 맞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떠나는 것에 대한 동경은 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더 늦으면 가지지 못할 유일한 기회와 마주쳤을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세계 지도에서 내가 가본 곳과 안가본 곳을 색칠할 것도 아니고 또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더 만들고 싶어서도 아니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고 배낭을 매고 비행기를 타게 만들었다.

  나는 그 선택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잃을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젊으니까, 젊기 때문에 고작 손해보는 것은 시간과 돈 뿐이다. 얻는 것은 아직 미지의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 인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있는 일이다. 일단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라는 보따리 꾸러미를 짊어지고 돌아올 수 있기를, 또 지금의 두근거림이 여행하는 동안 꼭 그만큼의 뿌듯함으로 바뀌었으면.

Posted by Hwijung

2009/07/12 10:56 2009/07/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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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6]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1]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2]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3]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4]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5]


 드디어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밤을 새워서 이야기를 하느라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마지막 날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더 아쉬운 일이다. 오늘의 일정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보는 것 뿐. 그 이후에는 저녁 식사를 하고 LAX로 이동해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다. 계속 마셔댄 맥주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아서 식사로 가져온 베이글도 채 한조각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혹시나 뜨거운 물로 씻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평소의 2배의 시간동안 샤워를 했지만, 역시나 거의 반쯤 잠들어 있는 상태. 아무래도 따뜻한 햇살을 봐야 에너지가 솟을 것 같아서 호텔 밖으로 나가 보았다.

나지막 하지만 호텔 규모는 상당히 크다

 다행히 따뜻한 햇살을 보니 좀 상쾌해지는 것 같다. 그리 많이 산 것도 아니지만, 쇼핑한 짐과 빨랫거리를 가득 밤은 가방, 노트북등을 잔뜩 우겨 넣은 캐리어를 들고 로비로 모여야 했다. 피곤함에 단순히 쑤셔 넣어서 가방을 챙겼다. 이제 미국에서는 다시 열어볼 일이 없으니 말이다. 물론 서울에 도착해서 어머니에게 한소리 듣긴했다; 이제 익숙해진 아침 집합이 오늘로 마지막이구나. "한 일주일만 더 놀면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번에 출발하는 5기분들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테니 여행내내 잠을 자지 말고 즐겨라! ㅋ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숙소의 북쪽에 위치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LA의 다운타운이 왼쪽으로 보이고 살짝 더 올라가서 왼쪽 멀리까지 나지막한 언덕 동네가 그 유명한 Beverly Hills.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조금 더 올라간 언덕에 위치해있다. 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헐리우드와 붙어있기도 하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확실히 디즈니랜드보다는 타고, 보고, 즐길 것이 많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지만, 단지 아쉬운 것은 그 놈의 시간이라는 녀석이다. 누구와 같이 다닐지도 미리 알 수 없고, 프로그램이 어떤지도 미리 알 수 없으므로 사실 도착해서 스케쥴을 짜는 시간이 꽤나 많이 든다. "꼭, 이거는 봐야겠다!" 싶은 것만 마음 속에 넣어두고 사수하자. 대세가 주로 놀이기구를 타는 쪽으로 물론 흐르겠지만, 중간중간 다니면서 마음에 들었던 영화의 세트라던가, 케릭터 인형을 쓴 분장한 사람들도 자주 보이니 잔재미도 놓치지 말자~

 일단 입구에서 집합. 그리고 표를 분배한 후 언제 어디로 모이라는 지시를 듣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마음에 맞는 그룹과 조별 행동이다. 뭐, 주로 자연스럽게 같이 다닐 사람이 정해지니까 그냥 묻어가면 되겠다. 그리고 LAX 도착해서 처음 버스에 올라탈때 앉는 자리가 일주일간 앉을 자리고, 또 그 주변사람들과 아무래도 이야기를 많이하게 되므로, 신중을 기해서 마음에 맞는 상대를 고르자~

단지 무생물의 동상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자, 이제 신나게 뛰어들어가서 헐리우드의 세계를 즐겨보자. 사실 여기부터가 기억이 애매한데, 내가 뭘 타고 다녔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우선 다들 모여서 쥬라기공원을 탑승했고, 그 다음에 미이라를 탓던 것 같고, 그 후로 무슨 영화 특수효과 스튜디오를 본 것 같고, 슈렉 영화를 관람한 후에 워터월드를 구경했던가. 아, 중간에 뭔가 하나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밥도 먹은 것 같고 하지만, 역시 자세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ㅠ _ㅠ 역시 다녀온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자세하게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영화의 특수 효과를 보여준다

 서울랜드, 에버랜드, 롯데월드등으로 초,중,고등학교 소풍을 줄기차게 다니며 쌓인 내공이 충만하다면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별거 아니다. 같은 마인드로 가자!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미이라가 아닐까 한데, 전의 Sea world에서 아틀란티스 처럼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와 같은 탈 것으로 보이지만, 약간의 다른 포인트가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반전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매력! 후룸라이드와 아틀란티스는 갑자기 흔들거리며 솟구치는 것이 다르다면, 미이라는 신나게 레일 위를 달리다가 벽앞에서 갑자기 멈추는데, 한숨 돌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릴라 하면 갑자기 뒤로 신나게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눈치채는 것이다. 역주행~!

윗층과 아래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윗층과 아래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사이를 높다란 에스컬레이터가 이어준다. 사실 옆으로 계단도 있는데, 장난으로 "가위바위보에 진 사람은 뛰어 올라가기." 이런 것을 했다가는 진 사람과는 투어가 끝날때까지 쌩까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쓸데없는 짓은 안하는 게 좋겠다 -ㅂ- 뭐,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 이다. 따라서 윗층과 아래층을 왕복하면 시간 낭비가 상당하므로 아래층에서 볼꺼 다 보고, 위층으로 이동해서 볼꺼 다~보는 식으로 하면 좋다. 에스컬레이터 매니아들은 위아래 왕복만 해도 행복하겠다.

 우리의 경우는 각자 자유롭게 행동 한 후에 워터월드 쇼가 하는 오후 늦은 시간에 다시 모이기로 정했으므로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돌아다녔다. 사실 워낙 넓고,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위에서도 말했지만, 하루만에 다 보기는 무리다. 우리나라에도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생길 예정이라고 하니, 비록 다 못 보더라로 조금 기다리면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보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하다.

워터월드, 영화는 망했지만, 쇼는 유명하다

  워터월드 쇼의 시간이 되어 입장하고, 여기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가까운 곳에는 상당히 물이 튀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리고 사실, 분장한 스텝들이 물을 계속 관객들에게 쏴댄다. 자리를 찾아 걸어가는데, 등에서 뭔가 축축한게 느껴지는데, "잉?"하고 뒤돌아보니 왠 해적 아저씨가 물총으로 쏘고 있었다. 물론 맞는 사람도 기분 나쁜게 아니라 같이 그 분위기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젖은 옷이야 강렬한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금새 말려준다. 영화 내용과 살짝 다른 스토리를 15분 정도에 압축해서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무엇인가 날아오는 것이 압권. 하루에도 똑같은 연기를 수십번 해야하는 배우들은 좀 지겹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보는 나야 재미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잔재미를 놓치지 말자~

 자, 이제 워터월드 쇼를 마지막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도 이별을 고할 시간이 왔다.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타느라 별로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는데, 나오는 길에는 아쉬운 마음에 메모리의 여유 공간이 가득하도록 사진을 찍어댔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 갈락말락하는 저녁쯤, 정문을 통해 나와서 버스에 올라탓다. 언젠가 또 올기회가 있을 것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정도라면 말이다. 이제 퀄컴 IT TOUR 2006의 모든 프로그램도 사실상 종료 된 것이다. 물론 저녁 식사와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일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간 곳은 한식 뷔폐. 하지만, 왠일인지 별로 먹을 수가 없었다. 음식은 맛있는게 참 많았는데, 막상 끝났다고 생각하니 왜이리 기분이 우울해지는지, 한국가기 싫어요 ㅠ _ ㅠ 이러면서 억지로 꾸역꾸역. 한사람씩 투어 소감을 말하면서 식사를 하고, 모두들 무사히 일정을 종료한 것에 대한 건배. 짠. 수고하셨습니다! 이미 식당을 나왔을 때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모르는 길을 달려달려 공항으로 이동. 공항으로 이동할 때에는 거의 모든 일행들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그렇게 피곤하도록 모두들 젊음을 불태운 것?

입국한 곳으로 회귀

 전 LA 시장의 이름을 딴 국제 공항 터미널에서 역시나 보딩패스를 발급 받고, 몇 시간 남은 동안에 면세점 구경을 하고 시간을 적당히 보내다보니, 탑승시간이 다가워 왔다. 액체 폭탄 테러 발견 때문에 세심한 검문검색이 있었다. 검문대를 통과해서 부터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쏟아지는 잠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졸았는데,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비행기 입장이 시작됐다. 태평양을 날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얼마나 시간이 빠르게 안가는지, 화장실도 왔다갔다 하면서 지겨워했는데, 날아가는 비행기에서는 좌석에 앉자마자 한번 잠에 푹 빠지니, 인천에 도착해서야 깰 수 있었다. 식사도 못한 듯.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해서는 모두들 이상이 없는 것을 체크하고 매우 피곤한 상태라 그런지 별도로 아무것도 없이 해산. 나도 한시간에 한번 있는 공항 버스 스케쥴이 아슬아슬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튀어와서 버스를 탔다. 문득 버스에 탑승 할 때, 미국에서 익숙해졌던 이국적인 버스의 내부 모습이 아닌 내가 20년이 넘도록 타왔던 버스의 모습인 것을 깨닫고는 이제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상황이구나, 현실로 강하게 끌어당겨지는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일주일 간의 꿈같은 여행이 끝이 났다. 끝은 아쉬움이 남은 채지만, 모든 "결"에는 평범함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일년전의 기억을 추억하면서 쓰기 시작한 이 기행문도 이제 끝을 맺어야겠다. 5기의 원서 접수가 끝나기 전에 어떤 성격의 프로그램/여행인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쓰기 시작한 글이 한참을 길어져서 몇달 만에야 끝내게 되어버렸다. 비록 이제는 별로 쓸모 없겠지만, 다음에 6기, 7기로 계속 이어진다면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5기 일정이 시작하기 전에 완결을 지었다는 점. 생각나는 것을 두서없이 연결했지만, 잘 읽으면 뭔가 도움되는 부분을 발견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없으려나? 아무튼 끝으로 갈수록 귀찮음에 성의 없어지는 이 글도 마지막 까지 읽은 분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요즘 들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느끼는 건데, 다른 사람이 보는 자신의 이미지라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어떤 객체에 대한 가치라는 것도 그 물건 그 자체의 속성이 아닌 자신이 그 객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100%가 좌우된다는 간단한 사실도 눈치챌 수 있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 IT TOUR도 누군가에게는 단지 일주일간의 휴가일 수도 있고(그것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또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의 추억이자, 무엇인가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그 가치를 좌우하는 것은 투어가 예정 되어있는 사람이나, 투어 중인 사람이나, 혹은 투어가 끝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 투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아주 간단한 마인드의 차이에서 결정 지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입장에 있는 사람이든 소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중한 가치를 찾기를 바란다.

[完]

Posted by Hwijung

2007/07/25 16:31 2007/07/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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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5]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1]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2]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3]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4]


4편에서 그렇게 투어의 가장 중요한 일정을 넘겼다. 앞으로 남은 일이라고는 정말 관광객이 되어서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돌아보고 귀국하는 것 뿐. 끝났다는 해방감에 정말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놀 수 있었지만, 남은 일정이 2일 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시리즈 포스팅도 더 이상 도움이 될 정보를 담는 것 보다는 어떤 일정을 돌아봤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더 이상 쓸 내용이 없기도 하다;) 

 전날 맥주와 양주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일행은 다음날 아침 예정된 시각 9시에 호텔을 출발했다. San Diego를 떠나기에 앞서서 근처의 전망 좋은 곳 등을 둘러본 후 LA로 이동할 계획이다. 미국의 탁 트인 스케일 이란 감탄이 나온다. 최근에 스쿠터를 장만한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도 야경이 아름다운 높은 곳을 찾고 있는데, 이런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을까? 이곳도 무언가 이름이 있었는데, 일년 가까이 지난 지금와서 생각해보려니 기억이 가물;

밤에 둘러보고 싶다

 이 전망 좋은 곳에서 아침을 즐긴 후 LA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중간에 Irvine에 위치한 첼시 아웃렛에서 쇼핑. 각종 패션 상품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GAP 정도의 브랜드는 2만원 안쪽으로, POLOTommy hilfiger도 3~4만원. CK도 5만원을 살짝 더 주면 셔츠정도는 모두 구입이 가능했다. 특별히 할인 하는 것들은 더 쌌다. 6불정도 하는 타미 힐피거 반팔 티셔츠를 명동 매장에서 10만원 가까이 받던데, 디자인은 같고 색만 달랐다. 확실히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기름 값과 옷값은 일본,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월등히 비싸다. 큰 돈을 가져가지 않아서 15만원어치 정도의 물건만을 구입했지만, 50만원정도 가져가서 사이즈 보지 않고 사온 다음 우리나라에서 되팔아도 꽤나 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귀찮음이 문제겠지만.    

 LA에 도착한 이후 근처의 한인 식당에서 오랜만의 한국요리를 맛 본 후 호텔에 체크인. San Diego에서 숙박했던 곳 보다는 살짝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이었다. 침대도 더 크고 말이다. LA까지의 이동시간과 식사, 그리고 체크인을 대규모의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았다. 디즈니 랜드를 충분히 즐기려면 서둘러야 한다. 모두들 방에 짐을 풀고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로비로 집합. 디즈니 랜드로 출발했다. 무려 컴팩트 카메라임에로 불구하고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서 삼각대를 준비해 왔는데, 정작 이 때 방에 두고 나오는 바람에 좋은 야경을 하나도 못찍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ㅠ _ ㅠ

깨끗하게 장식된 로비

 비록 서둘렀지만, 디즈니랜드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주어진 자유시간은 4시간 남짓할 뿐이었다. 결국 많은 것을 보는 것은 포기하고 유명한 것만 골라서 구경하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이런저런 사정들로 인해 여의치 않아서 결국 딱 2개의 놀이기구만을 탓을 뿐이었다. 순환 열차까지 포함하면 3개. 물론 놀이기구등을 타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디즈니 랜드에서 논다는데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일본에 있을 때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분이 "일본 디즈니 랜드나, 오사카에 갈꺼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보지 그래요? 한국에는 있나요?" 라고 물어보시길래, "한달 뒤에 미국으로 진짜를 보러갑니다." 라고 왠지 뿌듯하게 말해준적이 있었다.

웰컴 투 디즈니랜드

 처음에 각각 흩어져서 우리 일행히 보러 간 것은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를 정말 정말 재미있게 본 나는 기대를 하고 입장했으나, 솔직히 말하면 롯데월드의 신밧드의 모험과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영화에서 익숙한 처음에 조니뎁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장면이라던지 칼싸움하는 장면등이 묘사가 되어있어, 영화를 연상하면서 보면 스토리가 다시 한번 리와인드 된다는 것 정도.

 결정적으로 캐리비안의 바다를 누비는 일행이 탄 배가 고장이 나서 조니뎁이 이상한 알수 없는 해적 노래를 부르는 곳 앞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덕분에 무려 30분이나 그 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감금 되어있어야 했는데, 계속 무한 반복되는 그 해적노래에 나중에는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안내방송으로는 안전상의 이유로 움직이지 말고 앉아만 있으라고 하고. 씨월드에서도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를 고장 때문에 못탓는데, 미국 사람들이 만들어서 자동차 처럼 잔고장이 많은건가.

짝퉁 조니뎁이 돌아다님 하지만 고퀄리티

  캐리비안에서 구조된 후 지체된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렀다. 나름 디즈니 랜드 순환 열차도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열차를 기다려서 타고는 재미있다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롯데월드의 혹성특급인지 뭔지 비슷한 것을 타러 가기로 했다. 사실, 정말 성인들이 즐기기 좋은 놀이 기구는 디즈니 랜드가 아닌 옆에 붙어있는 캘리포니안 어드벤쳐(?)가 더 재미있다고 얼핏 들은 것 같다. 하지만 불꽃놀이 때문에 디즈니 랜드를 선택.

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난다

 실내에서 타는 의자가 씽씽 돌아가는 열차를 오랜 기다림 끝에 탑승한 후에 일행이 모이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아직, 불꽃 놀이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근처 식당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근처의 피자를 파는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두리번 거리자니, 서버로 일하고 있는 아가씨가 우연히 한국분 인 것이다. 대학생인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시다나, 반가워하면서 특별히 친절하게 이용법을 가르쳐 주셨다. Thank you~

 저녁을 먹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혼잡한 곳

 저녁식사 후에는 혼잡한 거리에 앉아 불꽃놀이 시작시간을 기다렸다. 왠지 부슬부슬한 비에 불길했는데, 어김없이 불꽃놀이 시간이 되니 "오늘 불꽃놀이는 비로 인한 위험으로 취소한다"는 방송이 영어와 멕시코(?)어로 나왔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허탈함에 "우리는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고 다같이 소리높여서 외쳐봤지만, 반응은 없고, 디즈니 성 위에서 미키와 미니가 나와서 죄송하다는 인사만 할 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꿈과 희망의 디즈니 랜드 

 그렇게 일행의 짧은 디즈니 랜드 체험은 끝이 났다. 삼각대가 없어서 야경도 제대로 못찍고, 놀이기구도 많이 못타고, 비록 남은 것이라고는 18불짜리 남은 달러를 모두 털어서 구입한 구피 인형이 전부였지만, 며칠에 걸친 긴장속의 여행이 끝나고 놀이를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달라진 기분을 느끼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또! 이 날은 호텔로 돌아와서 무제한 제공되는 맥주로 밤이 새도록 일행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 1학년 MT 때나 맛볼 수 있는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밤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딱딱한 민박 바닥과 소주가 아닌 호텔 침대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말이다. 모두들 내일이면 귀국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밤의 끝을 잡고 있는 것이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아침을 맞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일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관광 뿐이다. 그 후로는 밤에는 귀국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잠에 빠진 사이 태평양을 건너 인천엔 도착하는 것 뿐.

[6]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7/17 22:40 2007/07/1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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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4]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1]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2]

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3]

 오랜만이다. 그 동안 이래저래 사건도 많고, 바쁜일도 많고, 블로깅도 좀 쉬고 해서 "퀄컴 IT TOUR 2006을 정리해보자!" 고 시작했던 시리즈도 몇 달째 손을 놓고 있었는데, 2007년 IT TOUR의 출발이 2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그 전에는 한번 시작했던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다시 시리즈를 이어가 본다. TOUR에 참가한지 일년이 가까워 오는 시점이라 많이 기억력이 희미해 진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 생생한 기록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저번 [3]편에서 썼던 것 처럼 마지막 야구장 일정을 뒤로하고 잠이 든 일행인 것이다.

 새로운 아침이다. 미국에서 맞이하는 3일째의 아침. 오늘은 이번 투어 일정 중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QUALCOMM의 CEO, 폴 제이콥스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날 밤에도 각 조별 모임을 가지고 최후로 발표할 주제에 대해서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또 오늘 오후 일정 전부가 폴 제이콥스와의 세미나를 위해 투자될 예정이다. 한번의 리허설과 그리고 실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대함을 누구도 말은 안했지만, 투어에 참가한 우리들 모두가 다 알고 있었을 것이고 때문에 묘한 긴장감도 흐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잘 못하면 2007 IT TOUR는 없을꺼야" 라는 농담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날은 오전 밖에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오후는 위에서 말한 리허설과 실제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고 저녁은 긴장이 풀린 분위기를 즐기느라 사진 따위는 신경을 못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전에는 꽤나 멋진 곳을 돌아다녔으므로 사진은 오전의 일정 위주로 올리고 오후는 글로 때우는 4일째 일정의 블로깅이 되겠다!

우선은 느닷없는 사진 한장으로 출발

 

 긴장 속에서 일어나 며칠간 겪었던 고지방의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 일행이 처음 도착한 곳은 바로 위 사진의 경치가 보이는 곳이 되겠다. San Diego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인 것은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고, 미국의 최 남단, 즉 멕시코와의 국경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전의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의 본부가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이 도시에서는 꽤나 멋진 바다 경치를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곳이 바로 이 Point Loma이다.

 달랑 사진 한장으로는 그 위치를 설명하기가 곤란하므로, Windows Live Writer의 기능 중에 하나인 Microsoft Vitural Earth와 연동됨을 활용해서 그 장소를 구체적으로 보자면, 바로 아래의 맵에서 그 이름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미 서부해안에서 최남단, 그 곳에서도 갈고리처럼 튀어나온 부분의 끝이 바로 Point Loma이다. 1542년, 포르투갈의 카브리요라는 탐험가가 백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상륙했다고 하는 역사적(이라는)인 지점이다. 사진을 찍은 위치는 이 튀어나온 Point Loma에서도 그 가장 끝의 작은 등대가 있는 지점이다. 이 끝에 위치하면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왼쪽으로는 위의 사진처럼 North Island가 위치해 있고 저~ 멀리 San Diego의 Downtown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러한 유용한 기능이~ 

 평일 아침이라 방문하는 사람도 없고 한적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라서 그런지 아침이면 흐린 하늘로 햇빛도 보이지 않고 비가 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구름이 있었냐는 듯이 맑은 날씨로 바뀌면서 강한 자외선이 내리쬔다. 매번 그렇지만 투어의 필수품은 선블럭! 인상적인 것은 버스를 타고 지날 때 양 옆으로 펼쳐진 국립묘지의 깔끔하게 정렬된 하얀 비석들이었다. 어디든 국립묘지는 높아서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해 있기 마련이니 이 곳은 그야말로 태평양 전쟁의 영혼들이 잠들기에 좋은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와 기념품을 파는 건물 근처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종종 있었다. 제주도의 성산 일출봉이라던가, 전라도의 해남 이라던가.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넓은 곳에서, 3면이 바다인 곳에서, 그것도 지평선이 보이도록 넓게 펼쳐진 육지와 바다를 보는 것은 꽤나 압도적인 경험이었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것은 바로 태평양인 것이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우주의 진공이나, 대기의 공기같은 실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파도를 철썩 거리는 바닷물로 이어진 공간이 머리 속의 관념을 감싸는 거대한 범위로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경험을 두고 압도적이라고 표현하는 구나." 라는 느낌이다. 호기심에 1달러 정도를 쌍안경에 넣고 다운타운을 관찰하고, 떠가는 배를 보는 등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주어진 시간이 다 흘러버렸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카브리요를 기리는 기념비. 그야말로 끝의 꼭지점이다.

 

 절경을 자랑하는 Point Loma를 떠나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라 호야(La Jolla).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내려가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위 지도에서 보이는 Easter Cross라는 곳에서 북서쪽으로 위치한 해변가 마을이다. 이름부터 이국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처럼, 멕시코어로 보석이라는 뜻이라는데, 말 그대로 보석 같은 마을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은 정도. 그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달려가는 버스에서 그 풍경으로 보고 감탄했고, 버스가 내리자마다 달려가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게 하는 경치. 비록 사진이라는 조악한 표현이지만 살짝 감상해보자.

확실히 열대의 식물이다

 위의 특이한 모양의 식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San Diego이다. 연중내내 영하는 커녕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별로 없고, 가장 추울때와 가장 더울때의 기온 차이가 20도에도 채 못미칠 정도로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므로 휴양지로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이 라 호야 에는 수많은 숙박 업소와 식당, 쇼핑몰등이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가득하게 위치해 있다. 뒤에서도 나오겠지만, 이 곳에서 조금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UCSD가 위치해 있다. UCLA는 많이 익숙하지만, UCSD는 다소 생소한 느낌인데, 바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캠퍼스와 자연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그 곳의 대학생이 조금 부러워졌다.

아름다운 해변과 호텔

 보석처럼 깨끗하게 부서지는 파도가 이 곳의 매력 포인트! 아침인데도 해변에 나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고 곳곳에서 일광욕. 이 모습을 보자마자,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해변으로 달려들어 갔는데, 결국 젖는 것은 생각도 안하고 어린 아이들 처럼 물을 뒤집어 쓰면서 놀았다. 덕분에 이후 CEO와의 세미나 일정에서도 축축하게 젖은 바지를, 소금물 냄새가 배긴 그 옷을 입고 앉아 있었다는 것 아니겠나. ㅋ

 몇년 전인가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는 친구가 "무엇을 사다줄까?" 라고 나한테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장난스럽게 플로리다 해변의 대서양 바닷물. 이라고 말했는데, 그 친구는 정말로 조그만 PAT 병에 대서양 물을 담아가지고 가지고 온 것이었다. 무려 일년 후에 말이다. 냄새를 맡아 보면서 미국물은 조금 다른가? 우리나라 바닷물은 하나같이 지저분한데. 킁킁 거리면서 생각했었는데, 그 물속에서 몇년 후에 첨벙거리면서 뛰어 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서양과 태평양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마치 보석과도 같았다

 이 곳은 서쪽 해안이므로 저녁 노을의 석양이 그렇게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것이다. 또한 바위들 사이로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도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중의 하나라고 한다. 석양이 독특하게 깎인 해안가의 바위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멋지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언젠가 모를 다시 올날을 기약하면서 이 곳에서는 아주 약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사진처럼 깨끗한 바닷물을 보자, 모두들 뛰어들어 정신없이 놀았으므로 그 짧은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닷물이 깨끗하기로 아름다운 제주도 옆의 우도의 해수욕장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청정 바닷물 맛은 그렇게도 매력적이고 중독성이 있었다. 짧은 광란의 시간이 끝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소금 냄새 뿐.

햇볕에 바닷물을 말려 소금을 만들자

 

 버스로 돌아오는 길에도 왠지 매력적이어서 뛰어들어 일체가 되고 싶은 풍경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풀밭. 따사로운 아니 오히려 뜨거운 햇살 속에서 녹색의 싱그러움을 느끼면서 누워있자니, 일정의 압박이 아쉽게만 느껴질 따름이었다. 후배들에게 추천하는 이런 아쉬움 속에서 시간을 2배로 즐기는 방법은 무엇이던지 뛰어들고 느끼고 감탄하는 것이다! 비록 아주 조그만 색다름일 지라도 말이다. 인생을 끝까지 살아보지 않는 한 그것이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 지는 모르는 일인 것이다.  

 이 곳에서 업드린채로 모두가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아래에서 2층까지 쌓았는데, 역시 시간 제약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는데, 그게 못내 아쉽다. 결국 그 사진을 못남기고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 버리고 말았으니까.

UCSD

  다음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UCSD. 이 곳에서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위치해있다. UCLA나 UC 버클리나 UC Irvine 등등. 유명한 University of California 시리즈 대학들 중에 우리에겐 비교적 덜 유명한 UCSD. 이 대학교에서도 QUALCOMM의 영향력은 느낄 수가 있는데, 이 곳의 도서관이 바로 QUALCOMM에서 지어서 기증한 건물이라고 한다. 이름도 제이콥스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충분히 캠퍼스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오후의 세미나 일정이 있는지라, PANDA Express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바삐 QUALCOMM 본사로 가야하는 일정이었다. UCSD 기념 티셔츠를 사왔어야 하는건데. OTZ

여러 브랜드가 밀집해 있는 구내식당

 PANDA Express는 실은 중국풍의 음식브랜드로 그나마 '쌀' 로 만든 음식을 팔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어필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먹는 흰쌀밥을 생각하면 안되고, 풀풀 날려서 찰기라고는 없는 실제 본적이 없으면 상상이 안가는 것을 팔고 있는 것이다. 펩시!와 적당한 음식으로 요기를 한 후 나와서 대학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 가지고 간 삼각대를 가장 유용하게 써먹은 것이 바로 이곳에서의 내가 속한 세미나 발표 조의 기념촬영 사진이 되겠다.

 이제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버스로 향해서 본사로의 이동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이날 나의 촬영은 여기까지. 이후에 남은 것은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닌 전문 사진사 아저씨가 찍어주신. 바로 이 블로그에도 예전에 올린적이 있는 폴 제이콥스와의 기념촬영 되겠다! 어찌보면 그 사진을 찍기 위해서 태평양을 건너간 것 아닌가. 본사에 도착한 일행은 각 조별로 리허설을 하고, 그리고 기대하고 걱정했던 실전에 돌입했다. 뭐, 자세한 내용까지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까지 우리와 함께했고 이후에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흔치 않은 기회의 기념비 적인 일이었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겠다는 자극도 물론 -ㅅ -;

 큰 부담을 덜어낸 일행은 저녁을 먹기 위해 모두 중국 음식점으로 (낮에도 중국풍이었는데;) 향해서 푸짐한 코스요리로 배를 불릴 수 있었고, 저녁에는 호텔로 돌아와 마음 껏 맥주를 마시는 시간을 늦게까지 가질 수 있었다. (혹은 양주도) 이때 일행이 마신 맥주의 양은 정말 상상초월. 비록 병맥주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나지만, 앞으로 살면서 이 때 사람들이랑 어울려 마신 쿠어스 맥주의 맛보다 더 맛있는 맥주를 맛볼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것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봐도 의문이다. 하지만, 비록 맛 볼 수 없다고 해도 그 때 그 시간에 그보다 더 즐거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란 내 마음 속에서 찾아볼 수 가 없는 것이다.

 이제 퀄컴 본사와 함께하는 일정은 모두 끝났다. 앞으로는 정말 관광을 목적으로 한 일정만이 남아있는 것이고 모두들 호텔에서 밤을 즐기면서 그렇게 진정한 즐거움을 토해내었다. 즐거움 뿐 아니라 다른 것을 토한 사람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5]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7/04 21:22 2007/07/0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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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3]

  원래 계획은 퀄컴 IT TOUR 5기 지원서 접수가 끝나기 전까지는 참가기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전공 과제의 압박과 중간고사, 그리고 고치치 못하는 이 게으름 때문에; 그냥 손이 타이핑 되는데로, 마우스가 이끌리는데로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적어서 올려보도록 해야겠다. (이 블로그 보다시피 구글 에드센스 같은 것도 없어서, 사람 많이 온다고 득되는거 없다) 근래, 하루에 수십명의 인원이 IT TOUR를 네이버 및 구글에서 검색해서 이 블로그를 찾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책임감도 가지지만 블로그가 전부는 아니니까.


  미국에 도착한지 3일째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첫날은 도착해서 시차적응과 버스여행, 호텔 체크인으로 정신이 없었고, 둘째날은 항공모함과 씨월드에서의 일정으로 마치 깃발 관광객 같은 하루를 보냈다. 3일은 드디어 이번 투어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퀄컴의 본사 방문일정이 시작되는 날이다. 전날의 씨월드에서의 끈적한 바닷바람과, 그리고 왠지 본사 방문이라는 경건한 마음가짐이 합해진 결과로,  새벽 5시에 일어나서는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양키 사이즈의 커다란 욕조에 물을 받고 목욕을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간단하게 샤워만 할 예정이었으나, 도대체 샤워기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몰라서; 꿩대신 소잡은 꼴로, 거대 욕조에서 해엄을 친 것이다.

  일본에서 도쿄에서 한달을 보내고 오사카로 떠나는 날 밤, 그날 밤도 오사카의 1300엔 짜리 숙소에는 반드시 나를 만족시키는 목욕 시설이 없을 것을 내다보고, 욕조에 물을 받아서 뜨거운 물에 몸을 불렸었다. 따지고 보면 그게 고작 3주 전의 이야기 이지만, 두 나라의 숙소 욕조를 비교해보니 나름 의미가 있는 경험이었다.  일본의 욕조는 좁고 벽이 높다. 따라서 다리를 쭉 펴기 보다는 정좌해서 어깨정도까지 올라온다고 할까. 머리만 내놓고 뜨거운 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로 얼굴만 사우나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면, 미국의 욕조는 눕는 것을 기본 자세로 해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욕조보다 훨씬 넓고 얕다. 따라서 앉아 있으면 고작 배 정도? 머리만 내어놓는 우리나라 식의 것을 즐기고 싶다면 불편한 자세로 누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것이 딱 그 두개를 절충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거대한 욕조에서 나름 피로를 풀고 안락함을 즐기다가, 나오니 룸메이트 기상, 적당히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간다. 변함없는 식단.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해서, 오믈렛과 함께 빵 위주의 식단으로 배를 채운다. 식사 후에는 처음으로 호텔을 벗어나 주위를 산책한다. 옆 건물이 저~ 멀리 떨어져 있어 가보기에는 꽤나 용기를 필요로 했으므로 우리는 주차장의 차들과, 호텔 정원을 둘러볼 뿐.  

  오늘 일단은 퀄컴 본사에 가서 퀄컴이 가지고 있는 각종 기술들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저녁 때는 펫코파크에 가서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메이져리그 베이스볼 경기를 관람하면 일정이 끝나는 것이다. 욕조에서 오늘의 일정을 떠올릴 때부터 걱정되는 것은 프레젠테이션이 다 영어로 진행된다는 사실이었고, 또 하나는 장출혈로 등판이 취소된 박찬호가 혹시라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샌디에고에는 퀄컴 건물만 수십개

     

  퀄컴은 샌디에고 연고의 기업들 중에는 가장 크다. 이러한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그에 따른 투자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데, 도시 전체에 걸쳐 퍼져있는 기업 건물들뿐 아니라 UCSD의 도서관도 퀄컴 창립자의 기부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샌디에고에서는 퀄컴이라는 브랜드가 먹어준다는 말. 버스를 타고 얼마 안가서 도착한 곳은 퀄컴의 본사 건물의 게스트용 입구였다. 빙빙 돌아서 이런 곳을 찾을 수 있을 까 할 정도로 외진 곳에 있는 입구지만, (게다가 주위는 공사중) 들어가서 본 건물은 깔끔하고, IT 기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깔끔함이었다.

게스트용 출입구

 

  입구를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맞아주는 관리 직원 여러분, 물론 4기나 되었으니 이제는 이 분들도 익숙해지고 노하우가 생겼을 것이겠다. 40명이나 되는 인원의 출입카드가 준비되어있어서, 각각 배부되고 잠시 잠시 기다리자, 안쪽으로 안내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여기저기 사진 찍는 인원 다수.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 IT 분야에서 이 정도 급의 기업 본사를 방문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지 싶었지 했다. 그때는 그랬던 것이다. 물론 내집 드나들 듯이 할 수 있도록 지금 공부하고 있는거 아니겠냐마는;  

  안쪽 복도를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양쪽 벽에 가득한 조그만 상패같은 것들.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퀄컴이 소유하고 있는 특허들을 모두 요약해서 벽면 가득히 걸어놓았다. 여기서 가득히라는 것은 어떤 수사적인 표현이나 과장이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틈이 1cm도 없이 벽 전면을 손바닥 만한 특허권들이 가득 매우고 있는 것이다. 세미나 실로 들어가는 길은 퀄컴이 보유한 수십억불 값어치의 지적재산권 터널 속을 들어가는 것이다. 게스트는 이러한 느낌에 압도될 것이고, 그것은 퀄컴의 대단함을 가장 쉽게 각인 시키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말로만 앞에서 수십분 떠드는 것 보다는 말이다. 물론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지만, 나중에 사장님의 특별 허락 하에, 앞에서 한장 찍어왔지만 물론 비공개 조건이었다.  

비지터 패스

 

  에스코트가 필요해서 예레나 더매쉬킨? 양의 안내에 따라 목에다 이걸 걸고 쭐래쭐래 따라가는 한국인들을 보는 퀄컴 엔지니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엔지니어들 중에는 앵글로 색슨 계열은 미국인들은 극히 드물어 보인다는 사실. 인도나, 동구권이나, 그런 엔지니어들이 많은데, 이건 이공계 기피현상이 굳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라고 한다. 세계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의 인도의 활약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요즘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설명되어있다. 궁금하신 분은 일독을 권한다.

  프레젠테이션은 다양한 주제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퀄컴은 CDMA 기술 뿐 아니라 다양한 이동통신과 관련된 사업분야를 가지고 있는데, BREW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 기술들은 기반은 CDMA를 하고 이를 이용하여 더욱 더 사용자들에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물론 퀄컴의 주 타켓은 직접 사용자들이라기 보다는 이동통신 제공자들이겠지만 말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의 주요 아젠다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MediaFLO Technology Overview
  2. Qchat Overview
  3. BREW Solution Overview
  4. QUALCOMM CDMA technology Overview
  5. Corporate Overview, 3G Update, Migrate Path

  인도인 엔지니어 분과, 독일인 엔지니어분도 있고, 다양한 억양의 영어를 들다보니 머리가 다 헤롱거릴 지경이지만, 그나마 회사다니면서 얻은 퀄컴 관련 지식과, 귀동냥한 것들이 있어서 어떻게 어떻게 필기는 해왔는데, 혹시라도 이번 5기로 지원하실 분들은 면접 대비로 퀄컴에 대해서 공부하실때, 저러한 것들 위주로 공부하시면 도움이 될 수도.. 나름대로 한국에서 온 방문자들에게 소개할 것이라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술들 일 것 이니까 말이다.

영어지옥

  점심으로는 샌드위치와, 각종 쿠키가 제공 된다. 초거대 샌드위치에 음료수도 무제한이므로 부실한 식사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을 듯 보였다. 닥터페퍼며, 마운틴 듀며 하는 음료수들도 이제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로 한국에서도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들 아니겠나.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서 건물을 벗어나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졸음도 쫓고; 그랬다. 일행중 DSLR 소유자가 2명이나 되는 관계로 주로 찍는 것 보다는 찍히는 입장에 많이 서게 되었는데, 무려 4기가에 육박하는 투어 사진 총 모음은 아직도 하나하나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대가 가기전에 언제 한번 싹 몰아보면서, 이 때를 추억해야 하는데 말이다. 미드웨이 항공모함 선원 침대 3층에 누워서 찍은 사진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펫코파크

 

  지금은 뉴욕 메츠로 이적했지만, 박찬호는 작년까지만 해도 샌디에고 파드리스 소속이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 곳은 바로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파크. 퀄컴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을 모두 마치고 이 곳으로 왔다. 샌디에고에는 퀄컴 스테디움이 따로 있는데, 지금은 미식축구 전용 구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한번 보고는 그 모습이 궁금해서 얼마전 구글 어스로 확대도 해봤다.

  저녁을 먹지 않은 우리들은 배를 고파했고 여기에서 얼마나 퀄컴측이 우리들에게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우선 제공된 핫도그와 낫쵸, 콜라 이외에도 호텔로 들아가보니 한식으로 포장된 도시락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미국에서 이런 한식 도시락은 어디서 공급되는 걸까.

  스테디움 앞에서 거대 플랭카드를 펼쳐들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는 입장 게시, 미국식 핫도그를 사들고는 우측 외야석에 앉았다. 여기는 소스 뿌리는게 셀프구나. 노란것만 바르고 빨간것은 사양. 낫초는 너무 많이 샀다.

아직 경기 시작 전

  펫코파크라는 이름은 어느 애완견용품회사가 이름에 대한 권리를 사고 몇년동안 그렇게 붙여서 쓴다고 들었다. 따라서 그라운드 위에서 뛰어노는 수많은 애완견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을 이렇게 사람이 없이 널럴해도, 잠시후면 가득차는 경기장에 뜨거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라면 당연히 슈퍼볼과 베이스볼일 테니까. 오늘의 경기는 샌디에고 vs LA다져스 공교롭게도 둘다 박찬호가 뛰었던 팀이다. 오늘 등판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욕심인가?

어느사이엔가 밤이 깊었다

  비록 박찬호는 아니지만 몇몇 아는 선수들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피아자나 션그린, 혹은 피비. 하지만 그런 것을 고려해도 위의 사진을 클릭해서 스코어를 확인하면 알겠지만, 정말 지루한 투수전이었다. 다져스는 6회까지 고작 3안타로 허덕이고 파드리스도 6회까지 5안타로 간신히 6회에 한점을 냈을 뿐이었다. 따라서 중간에 조금 졸기도 하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문화적인 경험이랄까? 다져스팬들과 파드리스팬들 사이에 섞여서 응원도 해보고 서로 어떻게 상대를 대하는지도 재미있게 구경하고 한국에서도 야구장에 가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은 들게 해주었다.

  저 멀리 보이는 웨스턴 메탈 서플라이 사 건물은 정말 오래되었다는데 이 경기장을 지으면서 헐지 않고 그 역사적인 값어치 때문에 보존되었다고 한다. 보기에도 현대적인 건물 사이에, 알카포네가 총과 술로 세상을 지배했을 때 당시의 건물 처럼 보이지 않는가?

경기가 끝나기 전에 빠져나온다

   막 재미를 붙이려는 찰나여서 아쉽지만, 내일의 중요한 일정과 배고픔 때문에 7회정도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나오자마자 들리는 무엇인가를 알리는 함성이 아쉬움을 더욱 키웠지만, 내일은 드디어 CEO와의 만남, 그리고 그때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노력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배급받고, 적당히 씻고 조별로 다시 모여서 마지막 정리를 시작했다. 이번 투어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 그리고 5기가 선발될 수 있을지 결정지을 수도 있는? 시험이 바로 내일인 것이다. 미국 특유의 부드럽고 시원한 맥주의 맛은 그 뒤에 실컷 즐길 수 있다.

[4]편에서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3/31 18:33 2007/03/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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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2]

  얕은 잠에 빠졌다가.. 불현 듯 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하지 않은 곳. 그렇다. [1]편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날아와서 호텔에서 자고 있는 나의 모습. 침대가 어찌나 큰지, 우리나라에서는 둘이 잘만한 침대에서 여기는 혼자 잔다. 시차 적응 탓인지, 새벽부터 일어나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 이때 아침 식사 시간까지 뒹굴뒹굴 때우면서 노트북으로 끄적인 글이 이 블로그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http://www.linus.pe.kr/home/tt/300) 이렇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할일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며칠동안 계속되는데, 나중에는 몇가지 훌륭한 할 일들을 찾아내었다. 이러던 와중 룸메이트가 깨고.

신발신고방에들어가는게신기해

  밖에서 해는 밝아온다. 해양성 기후라 그런지 오전에는 흐리고 안개가 끼는 듯한 날씨로 비가 올것같은 인상을 주는데, 낮만 되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말끔하게 갠 하늘을 볼 수가 있다. 샌디에고는 미국사람들이 노후에 살고 싶은 도시 중 첫 순위에 꼽히는데,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온화하고 따뜻한 기후라고 할 수 있다. 한 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별로 없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닷가의 풍경 또한 이 도시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이유.

  오늘의 일정은 미드웨이 항공모함과 씨월드 견학으로 잡혀있었다. 아직 시차 적응을 고려해서인지, 바로 퀄컴 본사에서 진행되는 견학, 교육, 발표 등은 전체 일정 중 중간정도에 위치해있다. 따라서 오늘은 부담없는 기분으로 돌아다니면 OK.

창밖으로는 환하게 밝아오고 있다

  아침식사는 6시인가 7시부터 제공되고 일정이 시작되는 시간은 9시다. 따라서 7시정도에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하고 8시부터 방으로 돌아와 씻고 준비한 후에 9시쯤 호텔 로비로 모이면 되는 것이다. 이 호텔에서 머문 3일간 아침의 이러한 일정은 변화가 없었다. 더불어 식당의 메뉴도 변화가 없었다. 과연 아침으로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것과 너무 어긋나서 다소 아침식사에 문제가 있었다.

  나는 식성이 서구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일주일 초콜렛? OK. 일주일 김치 없이 살기? OK! 자신만만해 있었는데, 아침부터 밀려오는 시리얼의 설탕 맛과, 베이컨의 느끼함, 단백한 맛의 빵이 없음은, 정말 식사에 적응이 안되게 만들었다. 히스페닉계의 조리사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오믈렛을 그나마 먹을 수 있었고, 플레인 요구르트, 오렌지 주스 정도로 식단을 구성했다. 바게뜨나, 호밀빵이나, 이런 종류의 음식이 도대체 왜 없는 것일까. 아침부터 쿠키라니; 카츄사에서의 식단과 동일하다며 그리움을 표명하던 룸메와는 대조적인 모습.

로비에서 일행을 기다린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씻고, 룸서비스를 위한 팁을 준비하고, 귀중품을 챙기고, 정리를 어느 정도 한 후, 조금 일찍 로비로 내려왔다. 아무도 없구나. 로비에는 벽면의 커다란 TV. 그리고 안락한 쇼파. 소형 그랜드피아노 정도만 놓여있을 뿐 다소 썰렁한 분위기. 고급 호텔은 아니고 별3개 정도 되지 않을까? 몇십분이 흐른 후 와글와글한 분위기가 된 로비의 한국인들은 서둘러 버스에 탑승하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밀리터리 매니아, 태평양 전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게 될 미드웨이 항공모함으로 출발.

씨포트 빌리지

  주변 시민들을 위한 해안가의 공원 같은 느낌이 난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길가에 음식점과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특이하게 생긴 건물의 형태로 위치해 있고 한쪽의 바라 풍경을 보면서 잘 정돈된 잔디밭과 나무들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마치, 요코하마의 야마시타 공원 같은 느낌이다. 일본 체류기에서도 썼지만, 요코하마와 샌디에고는 자매도시로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중 하나가 내가 노리던 동일한 물의 여신상이 있다는 것인데, 샌디에고에 있는 것은 사진촬영 실패 ㅠ_ㅠ 단지 그 석상이 있는 건물 앞을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나부끼는 성조기와 당당한 군함 미국의 힘이란?

 

  일단 간단하게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개함? 되기를 기다렸다. 여기서 찍은 사진들은 거의다 단체샷이어서 적당한 것을 올릴 수는 없을 것 같고, 바다 위로 꽤나 거대한 군함, 심지어 항공모함들도 볼 수 있는데, 이 곳이 바로 미군 태평양 함대의 주둔지라고 한다. 막강한 미 해군력의 중심이 되는 함대인만큼 그 규모도 어마어마한 것으로 보였다. 공원의 한쪽에는 태평양 전쟁 당시의 미군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기념물이 위치해 있었다. 바로 한달도 지나지 않은 과거에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에 갔을때, 아주 조그만 조형물로 태평양 전쟁에서 침몰한 일본군 함정들의 이름을 쭉 나열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대조되는 모습에, 일본의 전체주의, 미국의 개인주의, 일본의 패전국으로서의 모습, 미국의 승전국으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일까?

미드웨이 항공모함, 태평양을 누비던 바로 그 거대함이다

 

  미드웨이 항공모함의 역사적인 기록에 대한 설명을 잠시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취역하였으며,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에 참전했다. 원래는 2차세계대전에 투입되기 위해서 계획되었던 6척의 항공모함 중 하나였으나, 원자폭탄 투하에 이은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으로 총 3척이 건조되었고 그 중의 첫번째가 바로 이 미드웨이다.  2004년에 퇴역하여 이제 해상 박물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봉사로 이 항공모함 위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고 계시는 분들은 다 실제로 여기서 군복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군인들이라고 한다.

샌디에고는 미 해군 태평양 함대의 베이스

 

   샌디에고는 옛날부터 미국 태평양함대의 기지역할을 수행했다. 지금도 해변가에는 거대한 공군기지가 있고, 그 옆에 정박해있는 거대한 함선들을 볼 수 있는데, 위의 사진에서도 가까이 보이는 군함외에 저 멀리 현역 항공모함이 보인다. 2차세계대전 말기에 커져나가는 일본의 해군력을 압박하기 위해 샌디에고에서 대규모의 군함과 항공모함들이 진주만으로 이동해서 정박 중이었는데, 선전포고 없이 일본이 수백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해서 그 해군력을 거의 초토화시킨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진주만 기습이다. 단지 운좋게 모든 항공모함들은 진주만에 정박해있지 않았기 때문에 화를 면했고, 이는 후의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쪽 항공모함 3척을 침몰시키는 성과의 기반이 된다. 바로 그 엄청난 승리, 미드웨이 해전을 기리는 의미에서 내가 올라와 있는 이 항공모함의 이름이 미드웨이 인 것이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요코하마와 닮았다

  샌디에고는 정말 신기하게도 요코하마랑 닮은 듯 한데, 미드웨이 항공모함 갑판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도시에서 보이는 저 먼곳의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다리도 그 중 하나다. 요코하마에서도 거의 똑같은 풍경을 본 기억이 나는데, 자매도시라 그런지 정말 외형도 닮아 있다.

  미드웨이 항공모함은 실제 생각했던 항공모함의 크기 보다는 조금 작은 듯 보였지만, 함선 내부의 이리저리 나 있는 통로와 좁고 가파른 계단을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은 많이 탑승시킬 수 있을 거 같았다. 선원들이 자는 3층 침대에 올라가서 누워보니, 좁고 눅눅한 그 속에서 전투를 기다리는 군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각종 에어크래프트들

  복잡하게 얽힌 항공모함의 내부 갑판과 외부 갑판에는 각종 폭격기, 전투기, 헬리콥터가 시대를 막론하고 진열되어있었다. 내부에는 태평양 전쟁때, 일본군의 제로기와 맞서 싸웠을듯한 프로펠러 비행기부터 갑판 위에는 나름대로 최근 것으로 보이는 폭격기들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껍데기만. 저 앞에 보이는 헬리콥터에 탑승해보면 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다. 이 사진을 찍은 조타실에 올라가보면 자원봉사 할아버지가 열심히 항공모함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주고 계셨다. 거대한 항공모함이 간단한 레버 몇개와 엔진실과의 의사소통으로 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 중에 가장 거대하지만, 사실 자동차 운전 정도의 조작이구나 싶었다. 물론 그 내부에서 이를 움직이기 위해 수많은 간접적인 노력이 있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옐로우캡이다

  어느 사이에 날씨는 활짝 개어 햇빛이 내리쬐는 날씨가 되어 있었다. 이곳은 아침에는 항상 안개가 끼고 흐린 것처럼 우중충하지만, 낮이되면 언제나 이렇게 화창한 날씨로 변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또 더운 것은 아니다. 기온은 20도 내외로 선선하지만, 단지 햇빛만 내리쬐는 피부암이 많을 듯한 날씨. 일행은 미드웨이 항모를 떠나 이제 오늘의 다음일정 씨월드로 향했다. 세계 최대의 해양생물 어뮤즈먼트 파크?라는 씨월드로 고고

돌고래가 제일 귀엽다

  씨월드에서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구경해왔던 어떤 종류의 해양생물보다 더 많은 것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은 돌고래. 이 녀석들은 쇼를봐도 그렇고 정말 똑똑하다고 느껴진다. 다른 녀석들은 먹이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그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 돌고래 부류는 정말 연기자 같이 일을 하고 나중에 뒤에 들어가서 페이를 받는 지능적인 사람 같다. 물론 깜찍한 외모도 마음에 들고 말이다. 실제로 먹이를 사서 주면서 만져볼 수 있으니 돌고래 매니아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겠다. 위의 사진도 돌고래가 사람을 구경하는건지 모를 지경으로 신경을 집중한 돌고래의 모습으로 보인다.

아틀란티스?

  롯데월드의 후룸라이드 비슷한 탈 것. 씨월드에서도 재미있는 탈 것이 많아 보였는데, 에버랜드의 정글탐험보트던가. 그런 내가 선호하는 어드벤쳐류의 것도 있었지만, 고장이라는 말에 발길을 돌리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이것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하지만, 다른점이 있다면 내려가는 경사가 좀 더 급하다는 것과 탈탈탈 거리면서 오랜시간 올라가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의해서 흔들거리며 한번에 쑥 올라간후 아래로 발진~ 한다는 점이다. 도통 올라가는 길이 없어서 "어디로 올라가는 거지?" 하고 궁금해했는데, 결국 그런 것이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도 그런 의표를 찌르는 탈 것들이 있었는데, 차차 나중에 소개하겠다.

물개 쑈쑈쑈

  거대한 바다사자와 물개가 나와서 벌이는 잠수함에서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씨월드는 탈 것 보다는 주로 이러한 쑈 위주로 구성되어있는데, 사실 시간이 많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서 우리들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 탈 것들 보다는 시간에 맞추어서 입장하기만 하면 되는 이러한 쑈 위주의 관람을 했다. 뭐, 정말 재미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사실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는 공연도 있었는데, 가장 재미없었던 것은 무슨 아크로바틱, 어쩌구 하는 써커스 비슷한 공연이었고,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위사진의 물개쑈와 돌고래쑈였다. 여자 연기자 분들의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미국와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러한 공연위주의 문화가 더 발달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단체관람부터 이러한 쑈를 보고 웃고 떠들고 관객과 호응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안찾아다닌건가??

또한 재미있는 돌고래 쑈쑈쑈

   재미있는 돌고래 쑈다. 역시 똑똑한 돌고래들이 나와서 지능적으로 연기하니까 왠지 공감. 하나 스포일러를 하자면, 여기서 사회자가 불러낸 관중석의 가족들은 다 연기자. 아니, 적어도 물에 빠지는 연기를 하는 여자분은 연기자다. 어린이에게 돌고래는 만지게 해주면서 데리고 가고 어머니 역할을 하는 연기자는 서있다가 자연스럽게 물에 빠지는 연기를 하는데, 관중들이 다들 긴급상황이라고 생각한 순간 돌고래가 뛰어들어 구해낸다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_@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이야 다 알겠지만, 나야 처음보는 사람으로 감쪽같이 속았다;

  그리고 앉는 자리에 보면 색으로 표시되어있고 SOAK이던가. 아무튼 물에 젖는 자리라는 표시가 있는데, 그 자리에 앉으면 위의 사진에서 보듯. 뭐;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빠져나가야 한다. 각오하고 있다면, 더 재미있는 자리!

씨월드의 상징 샤무

  씨월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범고래 샤무쑈다. 입장권에도 샤무만 나와있는데, 사실 쑈 자체는 재미있지 않다. 뭔가 거대한 전광판이 회전하고 영상도 잘 만들고 고래 먹이도 젤 많이 들어가고 공연장도 제일 크지만, 고래가 똑똑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 물론 거대한 고래가 솓구치고, 엄청난 양의 물을 관중석으로 뿌려대는 스펙타클함이야 최고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탄탄하게 구성된 다른 쑈들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내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같이 본 사람들도 별로 재미없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명성 때문에 안볼 수는 없는거다; 손바닥을 포개어 놓고 고래 꼬리를 흉내내서 흔들면서 샤무를 외치면 거대한 돌고래가 물 위로 점프. 고래 소환술사..? (그건그렇고 왜 찍는 사진마다 모자에 가리지;)

  마지막회 샤무 공연을 보고 다시 입구에 집합해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을 씨월드에서 이번 투어기간 동안 제공된 식사중에서 가장 질이 나빳던 구운 바게뜨 사이의 양파와 고기로 때웠기 때운에, 저녁은 뭔가 근사한 것을 먹으러 간단다. 퀄컴의 빌딩들은 샌디에고에만 수십개가 있는데, 다들 번호로 식별한다고 한다. 12, 43. 뭐 이런식으로. 하지만 중간에 특이하게 하나가 빠져있는데 (이유는 없다는데;) 회사에 다니는 분들은 바로 오늘 가는 식당 건물에 그 빠진 번호를 붙였다고 한다. 이를테면 "23 건물에 가자." 하면 바로 "그 식당에 가자." 라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만큼 퀄컴에서 많이 간다는 말이겠지?

카를 슈트라우스의 브루잉 컴패니

  퀄컴에서 개발한 휴대전화용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이름도 BREW 인데, 여기서 보니 왠지 반갑다. 연어와 치킨 파스타 그리고 소세지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디저트로는 치즈 케잌이 제공. 치킨 파스타와 소세지야 많이 먹어봤으니까 오늘은 연어를 먹어보기로 한다. Blackened라고 하면 무슨 소린지? 훈제라는 뜻인가? 덧붙여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오늘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다른 메뉴를 선택한 분들에게 조금씩 얻어 먹어보았지만, 연어의 맛이 가장 탁월!

  우리나라에서도 증가했지만, 이 식당도 자체에서 BREWING 한 맥주를 제공하는데, 그 종류도 많았고 색상도 정말 맥주같지 않은 특이했다. 맛은? 사실 맥주 맛이야 뭐가 더 낫다 어쩌다 말할 수 있는 처지라 우열을 가름할 수는 없지만, 늘 마시던 맥주맛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맛이랄까. 그것 때문에 이 식당이 유명하다고 한다. (메뉴로 나온 연어를 찍어두었지만, 흔들린데다가 전혀 맛있게 보이지 않아서 올려놓지는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버스 앞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삼각대를 가지고 찍어보았다. 아마 투어 인원중 삼각대 챙겨온 사람은 내가 유일했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은 못봤다. 단 한번의 야외촬영이 멋지게 나올 수 있었던, 디즈니랜드에서 깜빡 잊고 못챙겨 나왔다는 것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괜히 쓸데없이 이런거나 찍고 말이다. ㅠ _ ㅠ 디즈니 성 배경으로 깔끔하게 찍었어야 하는데;

  아무튼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이제 숙소인 호텔로 돌아가게 된다. IT TOUR중 우리 기수에는 조별 과제로 CEO인 폴 제이콥스 앞에서 우리가 선정한 주제에 대해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숙소로 돌아가서는 조별로 모여 토의하고 한국에서 해온 과제를 다듬게 된다. 그 일정은 2일 앞으로 다가왔고, 모두들 부담을 가지고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긴장이 지속되는 시기다.

[3]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3/18 02:30 2007/03/1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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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Qualcomm IT TOUR 2006 참가기 [1]

  평생동안 금전상의 이득으로 환산될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이라면 고작해야, 500원짜리 복권 당첨에 지나지 않던 내가 2006년 여름에는 토탈 500만원이 넘는 불로소득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행운에 겨운 인생으로 탈바꿈 했었다. 하나는 일본 무료 탐방이고 또 하나는 미국 무료 탐방이었는데, 이제는 잊혀져가는 이 사건들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일년가랑 블로깅의 절반가량을 문서화 작업(?)으로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해서 이제 일본에 대한 정리 작업은 대충 마무리 지은 것 같다. 이제는 Qualcomm IT TOUR 2007의 참가자들도 모집하는 중이고 해서 서둘러 머리 속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또 새로운 다음 기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조금 적어볼까 해서 시리즈를 스타트 해본다. (근래에 IT TOUR로 검색해서 이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꽤나 많이 눈에 띈다)

  퀄컴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인지하던 안하던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회사이다. 당장 핸드폰을 쪼개보면 퀄컴에서 생산된 칩이 반드시 들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회사인데 이는 대부분이 언론에서 접한 "우리나라에서 로열티를 수천억원씩 벌어가는 회사"라는 기사를 읽고 가진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벌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그 기술을 이용해서 우리가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대중에게 민감한 돈 문제는 접어두고,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우리나라 이공계생들이게 퀄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약간이나마 이익을 환원하고자 생긴 행사가 매년 개최되는 이 Qualcomm IT TOUR이다.

  운이 좋게도 산업기능요원시절 퀄컴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후에 복학을 해서 학교 게시판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모집공고가 떳을때, 비록 학점, 영어 공모전 용 스펙으로는 영 아닌 상태였지만, 이 경력하나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쁜 학기중에도 불구하고 한번 도전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본인 인생 최초로 공모전에 말이다. 뭐, 결과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이 좋게 합격.

  합격과정이니, 선발은 어떻게하며, 절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혹은 미국을 가기 위한 준비과정 같은 것은 이 글을 쓰는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혹시 궁금하다면 개인적으로 문의하시고, (글 중간중간에도 조금씩 언급되겠다) 출발 당일로 시간을 옮겨보도록 한다.

  간단한 프로그램의 소개라면, 약 일주일정도의 기간으로 Qualcomm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디에고를 중심으로 로스엔젤레스까지 돌아보는 코스가 되겠다. 견학과 관광이 적당히 섞여있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는 매년 틀은 비슷했지만, 약간씩은 변동이 있었다.

  일본에서 귀국한지 6일째의 일요일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의외로 긴장감 없는 출발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달의 타지생활에 비해서 일주일은 너무 짧기 때문인 것인지.

서해바다를 건너 인천국제공항으로 고고싱

  참가비용은 전액 퀄컴측에서 부담한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용도로 쓸 돈만을 준비하면 되는데, 나의 경우는 일본에서 사용하고 남은 생활비를 달러로 환전해서 가지고 왔었다. 그래봐야 200달러가 안되는 비용. 나중에 의류를 쇼핑하면서 정말, 더 환전해서 가지고 올껄하고 후회를 했었다. 아무튼, 결론은 돈은 안들수도 있고 무한대로 들수도 있으나, 다 본인 소유의 물건을 사는데 드는 것 이라는 말.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범한 여행사측에서 투어전반에 걸친 관리 통솔을 맡아주시는데 예정된 장소에서 예약서류를 받고 보딩패스를 발급받고 짐을 부치고 쇼핑을 한 후 탑승 게이트로 모이라는 말이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안면을 익힌 다른 참가자들, 그리고 그 전에도 알고 있던 참가자들과 함께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쇼핑을 하고 (아직 비행기도 안탓는데 쇼핑;) 그리고 게이트로 가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프로그램 자체가 미국에 가서 둘러보고 견문을 넓힌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 내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다양한 타대학을 아우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것에 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다녀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투어도중 뿐 아니라 그 전, 그 후까지 그러한 기회가 있으면 철저하게 참가하고 서로 친해지는 것이 더 즐겁게 미국에서의 이벤트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비행기타기 전에 많이 친해져라!

  비행기에서 푹 자라는 주최측의 배려인지, 비행기는 밤11시쯤 출발이 예정되어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때 발생한 영국 공항에서의 액체 폭탄 적발 사건때문에 미국행 항공기의 검색, 보안이 철저해져서 입국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 결국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12시가 다 된 시간으로 기억된다.  

탑승할 비행기

  대한항공의 보잉777기다. 앞쪽이 매끈하게 빠진것이 747기와 비교된다. 아마, 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이용하는 항공사는 항상 국적기가 될 것이다. 마일리지로 제주도 정도는 갈 수 있어 보인다. 장시간의 비행은 처음이라 다소 걱정. 버스타고 서울서 부산만가는 4시간의 여정에도 지겨워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나인데, 11시간이 넘는 덜덜덜 거리는 비행기안에서는 얼마나 지겨울까? 등등 푹 잘 수 있으면 좋은데, 그도 힘들 것 같다. 만원인 비행기. 일본과 미주노선은 항상 만원이라는 말이 사실인지. 뭐, 아무튼 걱정 속에서도 탑승하게 되고, 날라가게 된다.

  타자마자, 밥도 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소란스럽고 해서 숙면을 취하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사실 이 시간은 집에서도 잘 시간이 아니다. 지겨움에 화장실도 몇번 갔다 와주고 어떻게 하면 푹 잘 수 있을까 고민도 해보고, 창밖을 보면 태평양과 보름달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만 해보기도 하고 하다가 문득 집어 쓴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Holst의 행성 조곡 중에 주피터. 음악에 파묻혀서 비행기를 타고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꾸면서 잠들 수 있었다.

지도에 북아메리카 대륙 등장

   

  잠에서 일어나 지도를 보니 북미대륙이 등장해 있었다. 문명의 발달은 수십만년전에 몇세대에 걸쳐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지나 북아메리카로 이주해 갔던 인디언 선조들이 걸었던 길을 고작 수시간만에 되집어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현지 시간으로 한 낮이라 창밖은 햇살이 가득했고, 역시 창문을 다들 가린채 식사 시간이 몇번이고 지나갔다. 이착륙시에는 창문 가리개를 항상 열어놓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상시에 창문으로 내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지.

  LAX,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 도달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면서 착륙준비에 돌입한다. 랜딩기어를 내리고, 5, 4, 3, 2, 1. 바퀴가 땅에 닿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한다. "안녕 미국"

그러자 미국도 "안녕"해준다

  입국심사관이 머라고 물어볼까 걱정스래 고민했는데, 덩치 큰 흑인 아저씨가 아주 알기 쉬운 발음으로 "미국에는 무얼 하러 왔습니까?" 하길래 "서부지역 여행하러 왔습니다." 간단히 대답하니 아무 말 안하고 통과시켜준다. 굳이 "퀄컴사에서 초청해서 일주일간 샌디에고에 있는 본사와 각종 여행지를 둘러볼 예정입니다." 라고 대답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20대 여성인 경우에는 까다롭게 심사하는 듯 보이는데, 원정 성매매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군중을 향해서 손도 흔들고, 왠지 모를 도너츠 냄새를 맡으면서 공항을 빠져나가니 이미 밖은 오후가 늦은 시각. 서둘러 샌디에고에 있는 숙소로 향해야 했다. 아! 그 전에 식사를 해야지. 이번 투어기간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버스가 주차되어 있었다. 범한여행 미국지사 소속인가? 이름하여 해바라기 버스. 투어기간 내내 해바라긴지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알았다.

안전벨트가 없는 대신 화장실이 있는 버스

  공항을 빠져나가는 버스에서 거리의 차를 보고서야 "아, 미국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차는 별로 없고 거리의 대부분은 일본차들이 점령. 일본에가서 외제차가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얘네는 자국차 많이 안타나"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이렇게 도요타, 혼다차를 사주니 일본에서는 다 외제차만 타도 자동차 산업이 유지 될 것 같았다. 고속도로에 들어섰을때의 넓직넓직하니 별로 땅값에 신경 안쓰고 지은 도로들, 커브는 시공하기 귀찮아서 안만들었다는 듯한 고속도로는 인상적이었다.

환영

  날짜 변경선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왔으므로 하루를 뺀 날로 계산에 한국에서의 어제 저녁인 것이다. 왠지 인생이 하루 늘어난 기분이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 하루를 더하게 되므로 손익계산은 0. 일단 변변치 않은 기내식에 다들 허기져 있음을 알아채고 통솔자이신 이사님께서 우리를 한국 식당으로 안내하셨다. 첫날 첫 식사부터 고기부페. LA는 정말 한국 사람들이 많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한국 식당에 한국 종업원에 한국 메뉴를 가지고 서비스를 하는 곳이 영업중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입구를 통과하면 한국으로 텔레포트되서 한국에서 먹고, 출구를 나오면 다시 미국으로 텔레포트 되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허기를 고기로 달랜 일행은 앞으로 제공될 식사에 대해서도 기대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있고, 지정된 숙소에가서 숙박하는 것 이외에는 예정된 스케쥴이 없는 오늘. 하지만, 비행기에서 충분히 잤는데, 어찌 또 잘수가 있을까. 숙소는 퀄컴 해드쿼터에서 가까운 호텔로 정해져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서 룸메이트가 지정되고, 각자 카드키를 발급받고 일단 방에 짐을 두고 다시 1층의 바로 모이는 것으로 했다. 첫날부터 주류 파티!

첫날부터 병맥주는 무제한 제공

 

  병맥주를 무지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분위기 정말 좋았다 -ㅅ-)=b 사실 버드와이져나, 밀러나, 쿠어스 등의 흔히 우리가 미국 맥주라고 알고 있는 맥주도 그 본래 상표에 대한 권리는 네덜란드였던가. 유럽 나라중의 하나가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로 화장실에 가보니 "유일한 진짜 미국 맥주는 ... 하나 뿐입니다!" 라는 자국 맥주 권장 광고가 붙어있었다. 다양한 맥주를 4병정도 마시고 술이 다 떨어졌을 무렵.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고 다들 잠자리로 들었다... 지만 실제로 몇명이나 푹 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5기 및 이후 참가자 분들에게 권하기는 버스에서 자고 호텔에서는 밤을 새워서 놀라고 권장하고 싶다. 마지막날에 밤을 새우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방으로 돌아왔지만, 잠은 오지 않고

  노트북을 켜보니 잡히는 무선랜. 오호라, 인터넷 Free. 잠시 웹서핑을 하고, 메신져를 들어가보니 역시 아무도 없고. 이래저래 시간을 죽여보고 피곤을 유도해봐도 잠은 오지 않았지만, 이 때는 순진하게.. 자버렸다! 침대는 체구가 큰 서양인들을 반영하듯이 엄청 크고, 욕조는 넓은대신에 얕았다. 세면도구야 치약빼고 모두 제공. 룸서비스가 왔다가면 바닥에 내려놓은 것은 모두 갈아준다고 한다. 벽에 걸려있는 것은 다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안치워준다는 말씀. 내일부터는 이제 본격적인 관광 & 견학 일정의 시작이다.

  그리고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중에서 참가자들의 얼굴이 자세히 나오지 않은 사진만 골라서 올린다. 혹시, 본인 얼굴이 나오는걸 싫어할 분들도 있을것이고, 모자이크등은, 어찌하는지 모른다;;

[2]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3/13 20:28 2007/03/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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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3]

  사실 가마쿠라를 둘러보는 것은 일본 역사나 불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매우 지루한 일이 될 수 있는데, 비슷비슷한 사찰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또 얼마나 위치상의 균일성이 없는지, 다 한번씩 돌아보는 루트를 계획하기도 힘들뿐더러, 그 거리도 자기 다리만을 믿고 돌아다니다가는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따라서 여행자에게는 두가지 여행 방법이 절대적으로 권장되는데, 첫번째는 철저하게 사전에 지도를 보고 이동 경로와 둘러볼 것을 정하고 이동 수단에 대한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 다음에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둘째는, 내가 했던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역에서 내린 다음에 앞으로 걸어간 후 갈림길이 나오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것은 구경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가마쿠라 역에서 나와 위에서의 2번 원칙에 충실했다면, [2]편의 마지막에 나왔던 빨간색 도리이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면서 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와 역 사이를 이어주는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다. 전통의 차라던가, 관광객들이 꽤나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물건을 많이 파니까 재정상태 넉넉한 부르주아 관광객이라면 구입을 고려할만 하다. 물론 나의 경우는 눈으로 흝고 사진으로 찍고 지나치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통과해버렸지만 말이다.

한참을 걸어오다가 뒤돌아서 찍은 사진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는데 대부분은 멀리서 온 관광객은 아니고 주변에서 산책 겸 나온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그렇다고 외지인이 적은 것은 아니고, 단지 비율만 적을 뿐이었다. 일본인은 꽤나 산책을 좋아하는 듯 보이는데, 이런저런 경험에서; 이렇게 잘 정비된 길과 공원들이 많아서 도움이 될 듯 하다. 회사에서도 일하는 도중에 시도때도 없이 산보를 다녀온다?!

  돌아다니면서 보는 외국인의 비율은 확실히 일본이 많다. 도쿄 지하철만 타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세계를 돌아다니며 배낭여행을 즐기는 서양인들의 커다란 배낭을 맨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마, "아시아에 가보자." 마음 먹으면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향하게 되나보다. 닛코에 갔을 때는 어떤 남미 계통의 부부로 보이는 배낭여행객이 나를 일본인인줄 알고 영어로 말을 걸어온 적이 있었다. 그쪽도 영어가 능숙하지는 못한것 같았는데, "이쪽으로 가는 버스는 여기서 타는데,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나요?" 라는 말을 물어보길래, 길을 쭉 훑어보니까 저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손가락으로 "저기요" 하고 가르쳐주니까 (나도 당연히 확신은 없었다. 한국인인걸;)  "아리가또" 하고 가더라.

얼굴만 교묘하게 가려졌다

  위에서 보듯, 이러한 신사나 사찰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 판매점, 주로 오미쿠지라는 운세를 뽑아보는 것이나, 소원을 나무판에 적어 걸어놓을 때의 그 나무 자체를 판매하고 있다. 사실, 저런 무녀 옷을 입은 여성은 다 알바생이란다.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어떤 종교를 계승하는 집안의 몇대 째 손녀딸, 뭐 이런게 아닌 것이다.

  닛코하니까 생각났는데, 닛코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방금 그곳에 도착한 듯한 어떤 30대 여성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버스정류장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손에는 일본 100배 즐기기였나 하는 일본 여행오면 다들 참고한다는 가이드북이 들려있어서, 아하, 한국분이구나 하고 쉽게 눈치챌수 있었는데. 아마 어느 버스를 타야 목적지에 가는지 엄청 헷갈려 하시는 것 같았다. 버스를 타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다들 좀 나이가 있으셨고, 그나마 내가 가장 젊었기에 나를 선택한건지 "Excuse me can you speak English?" 라고 물어보시길래, "아뇨, 저 일본사람아니고 한국사람이에요" 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거의 3주를 일본어만 쓰면서 보냈더니, 한국어로 스위칭이 안되고 일본어 그대로 나와버리는 거다. 그러니 잠깐 당황하신듯, 더 명확한 발음으로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때서야 한국말로 대답하고 목적지까지 동행한 적이 있다. 서로간에 꽤나 반가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게 있지만, 뭔지는 모르겠다

 

  뭔가 가장 거대한 사찰의 하나로 보였지만, 역시 공사중으로 가려놓은 건물이 많았고, 비슷비슷한 건축물 일색이었기에 그냥 빠져나왔다. 눈으로 보는 것의 의미를 알지못하면 무의미 한 것이다. 말그대로. 아사쿠사에 갔을때도 입구의 커다란 문이 공사중이어서 전체를 가려놔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는데, 일본이 문화제 보수가 잦은것인지, 운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위에서의 언어간의 스위칭 이야기를 계속해보면, 일본어는 우리나라와 어순이 똑같아서 어느정도 어휘가 많이 익숙해지면 참 우리나라 말과 헷갈리는 언어다. 우리나라 말을 써야할때 자연스럽게 일어가 나오고 일어가 나와야 할때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나와서 곤란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주로 일본어를 중간쯤 배운사람들이 잘 이러는 것 같은데; 경험상.  회사에서도 일본어로 말해야 함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가 불현듯 튀어나와서 주위사람을 벙찌게 만든적이 몇번 있었지 아마; 하지만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군은 잘 스위칭이 안된다. 일본에서 5주를 보내고 일주일도 안지나서 미국에 갔을때, 식당에서 주문을 확인 할때, 자꾸 Yes 해야할 상황에서 はい가 나오는 바람에 꽤나 애 먹었던 일이 있다. 아마 일본인 인줄 알았을 듯;

다음으로 간 역시 뭔지 모르는 곳

  첫번째 신사를 본 후, 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상당히 헷갈리는 데다가 역시 긴 거리를 걸어야 해서 간신히 도착한 이 시점에서 이미 체력은 바닥났고, 우리는 여기만 보고 어서 집으로 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실 이곳이 오늘 만난 최고의 강적이었다. = ㅂ= 하지만 볼거리는 꽤나 많았는데, 한번 들어가보도록 하자. 아, 입장권을 구입해야 들여보내주더라. 성인 500엔이었던가.

거대한 목조 건물 등장

  후에 나라에서 보게될 동대사에는 못미치지만, 이 당시에는 한국에서는 이만한 크기의 건물을 좀처럼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사진도 한장 찰칵. 주위의 나무 한그루 한그루도 철저하게 관리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본인은 세상에서 작은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사람들인 것이다. 소심한건지 꼼꼼한건지. 아니면 우리가 지나치게 대범하던지? 이어령씨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당연한 건가보다.

다소 으시시한 불상?

  오랜만에 공개한다는 불상앞에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촬영금지라고 엄격하게 써붙여 있었지만; 덕분에 흔들렸다. 다소 괴기스러운 불상. 흉칙하게 마른 석가모니? 의 모습에 뒤에는 수십개의 손이 나와있었다. 박물관에 가보니 이러한 불상도 학문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세한 방법이 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 잘 모르니 뭐가로 코멘트 할 것은 없다. 일본은 토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신앙과 불교가 혼합되어 주종교로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볼수 있는 신사에서 손뼉 딱딱 치고 묵념하는 것이랑, 집에서 사람이 죽으면 종한번 땡, 치고 묵념하는 것이랑 다들 우리나라에는 없는 그들만의 민속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불교의 경우는 다들 아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전파되어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우리나라가 고려시대 이후에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장려하여 유교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사상이 된 반면, 일본은 유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불교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론적인 근거가 없는 이야기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본의 더 개방적인 성문화가 이것에 기초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반라의 불상에서 볼수 있듯이 육체를 드러내는데 꺼리낌이 없는 불교 문화와, 온몸을 꽁꽁 싸매고 머리도 싸매고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유교의 차이에서 오늘날의 성이나 육체를 접하는 우리들의 태도가 일본과 다르게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조금의 영향은 있을 것이다. 아마.

뒷산 등반 도중 찍은 손오공?

 

  이 곳은 비싼 입장료내고 건물들만 살펴보는 곳이 아니다. 뒤쪽으로 들어가보면 산을 올라갈 수 있도록 꾸며 놨는데, 길도 좋고, 마치 모노노케히메에 나오는 이끼 가득한 바위와 햇살 비치는 숲길이 이어져서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은 하지만 곧 끝나버리고 지겹게도 이어지는 계단 길의 연속이었는데, 올라가다 보니 왠 손오공을 형상화해놓은 조각들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치 힘들게 올라가는 모습을 약올리는 것 같아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는데, 저 녀석들의 유래가 궁금했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올라가다보면 팻말에 천국의 하이킹 코스니, 무슨 꿈의 전망대? 니 하면서 지친몸에 그나마 자극을 주는 문구들을 써놓았다. 그리고 그나마 중간에 시원한 식수를 먹을 수 있는 식수대?가 있어서 탈수는 면하고 올라가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전에도 이야기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신사 앞에 있는 꼭 우리나라의 약수터 같이 생긴 곳은 손을 씻는 곳이지 물마시는 곳이 아니다. 또 꼭 우리나라의 손씻는 것처럼 생긴 아래서 위로 솟구치면서 물이 나오는 철제 수도꼭지 비슷한 것은 손씻는 것이 아니라 식수로 입을 대고 물 마시는 곳이다. 남이 쓴 바가지로 어떻게 물을 마실수 있냐? 고 말하는 것 처럼 일본 사람들은 공중을 날아가는 물줄기를 입으로 캐치한다.  

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본 가마쿠라

  다 올라와서 내려다본 풍경에 한눈에 펼쳐지는 가마쿠라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여기만 올라와보면 가마쿠라를 다 봤다고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1000엔쯤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초만에 올라가서 열리는 문 사이로 펼쳐지는 아래 풍경을 기대하며 창가로 다가가는 것도 물론, 나름의 된장녀틱한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땀 뻘뻘 흘리면서 수십분간 등산을 하다시피해서 보게되는 쉽게 얻기 힘든 가마쿠라와 바다의 풍경도 역시 나름대로 아니 오히려 더 매력이 있는 것이다. 아마, 좋은 카메라의 소유자라면 오면서 멋진 사진들도 잔뜩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나무 숲이라던가.. 아무튼 우리는 시간이 없기에, 실은 집에 얼른 가서 씻고 밥을 먹고 쉬고 싶은 욕심에 땀만 좀 식히고 다시 내려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일본식 정원

  일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스시라던가 사무라이같은 것도 물론 꼽을 수 있겠지만, 아름다움의 측면에서는 아마 정원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한다.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사물로 우주를 표현한다는 그들의 정원 철학을 이번 체류에서는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지만, 내려오면서 보게된 이 건물의 정원으로 절반 이상은 느껴보지 않았나 싶다. 세계적인 유명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수의 외국인들이 와서 비디오를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렇게 관리하려면 정말 쉽지 않을텐데, 아마 건물을 대여해주고 받는 돈으로 관리비를 충당하는 것 같다. 건물에 들어가면서 본 통제 구역쪽에는 일부 유명가문들이 가족 모임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이 건물을 빌려서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사진 쪽이 강세라면 서양사람들은 왠지 비디오를 더 선호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심지어는 오다이바에 들어가는 유리카모메 전철의 젤 앞자리에 타고 있으려니(가장 앞자리는 2좌석이다) 앞에 탄 외국인 아저씨가 전철 바닥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비디오 카메라를 장치해서 오다이바에 들어가는 수십분간 계속 녹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또 볼까 과연?

서둘러 역으로 향했다

  여름이라 해가 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피로한 몸때문에 귀가를 서둘렀다. 이왕 꽤나 온 길을 돌아가기는 싫고해서 근처에 있는 북가마쿠라? 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기로 정한 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거리. 이 철로를 통과하는 열차를 타고 집이 있는 도쿄로 향하게 된다. 이 열차에서 흥미로운 것은 앞쪽과 뒷쪽은 일반 차량이라 흔히 우리가 보는 지하철이랑 다르지 않은데, 중간은 특석으로 2층구조를 가진 지정좌석의 새마을호 비슷한 수준의 깔끔한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멋도 모르고 탓다가 추가 요금을 내야하는 것 같아서 일반 칸으로 옮겨가려 했지만, 그마저도 굳게 닫힌 문으로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후 후다닥 뛰어서 일반 차량으로 다시 탑승. 모르면 고생이다. 오사카의 여성 전용칸 탑승으로 또 이러한 경험이 한번 있었구나..

자 이제 열차를 기다리자

 

  북가마쿠라 역에 도착에서 표를 구입한 후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의 사진이다. 오늘의 힘든 여정을 마무리 하는 사진. 이때부터 집에 도착할때까지는, 그야말로 의자에서 죽은듯이 잠들어서 아무런 기억도 없는 상태. 한해 두해 나이가 먹고 중년의 나이가 되면 절대 해볼 수 없는 이러한 여행이기도 한데, 아쉬움 없이 돌아다녀 보는 추억을 남겨서 2006년의 여름은 꽤나 오래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젊어서는 돈을 빌려서라도 여행을 가자." 라고 느낀것은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Posted by Hwijung

2007/03/11 17:38 2007/03/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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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2]

  꽤나 힘겨울 수 있는 계단을 다 올라가면 정상에는 섬을 멀리서 봐도 한가운데 우뚝 솟은 것이 보이는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다. 올라가 보면 주위 풍경이 멀리까지 다 보인다고는 하나, 올라오면서 본 풍경도 나쁘지 않았고, 게다가 유료였기에 그냥 패스; 관광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곳만 올라가면 다 돈을 내라는 상술이 아쉬울 수도 있다. 도쿄타워든, 롯뽄기 모리타워든, 요코하마 랜드마크타워든, 오사카성이든 죄다 돈을 내야했다. 오로지 도쿄도청사만이 무료. 실제로 내가 돈 내고 올라가본 곳은 모리타워, 오사카성. 모리타워는 학생 할인을 받아서 1000엔인데 그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오사카성은 괜히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고 그랬다. 특히 여성 분들에게는 도쿄도청사가 아닌 모리타워에서의 야경을 꼭 관람하기를 권하는데, 이유는 단순히 반짝이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와 조명, 그리고 창밖의 불빛은 전망대 전체를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만들어 준다. 커플들 우글우글;

별로 들어가는 사람도 없었다

  이제 가파른 계단은 나타나지 않고 평만한 길의 오르내림이 반복될 뿐이다. 시간이 없다면 여기에서 더 내려가지 않고 주위의 신사들 만을 돌다가 다른 길로 해서 내려가는 쪽을 선택해도 될 것이고 이왕 온 김에 더 보고 싶다면 계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자. 사실 크게 볼 것은 없지만 해외여행에서의 잔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어짜피 무료로 개방되어있는 곳. 더 둘러봐도 될 것 같다.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깊이 들어가봐야 한다. 군데군데 좋은 위치에 벤치들이 있으므로 도시락 싸와서 피크닉을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제 부터는 자연만이 펼쳐진다

 

  자연을 사랑해서 한국에서도 이곳저곳 돌아다닌 사람에게는 별로 대단치는 않은 풍경이 펼쳐지지만, 한국과는 다른 깔끔하게 정리된 인공의 느낌과 자연 환경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느낌이 있다. 이러한 아기자기한 자연 말고 더 웅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하코네 쪽이 좋다는 말이 있더라.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녀온 사람들이 꽤나 추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괜찮을 것 같다. 사실, 이 에노시마가마쿠라하코네 관광을 포기하고 온 곳이다. 만약 하코네를 갔다면 이곳은 오지 않았을 것이고, 이곳을 왔으니 하코네는 보지 못한 것이다.

  하코네 관광에는 하코네 프리패스라고 해서 신쥬쿠에서 출발하는 열차 비용까지 커버하는 5000엔? 가량의 티켓을 판매하는데 이 티켓으로 하코네 내부의 케이블카며 유람선이며 탑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게 사용기간이 2~3일이라서 한사람이 다녀오는데 쓰고 다음날 다른 사람이 다녀오는데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 물론 신쥬쿠에 돌아오는 열차에서 이 티켓을 사용하면 안된단다. 신쥬쿠에서 내릴때 개찰하는 순간 티켓을 먹어버린다나. 암튼 원래는 한장을 구입해서 이 전날 내가 쓰고 이날 식객이 다녀오는 것으로 절약해서 관광을 할 예정이었으나.. 뭐, 일본에 온지 하루밖에 안되는 식객이 혼자 하코네까지 다녀오는게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모처럼이니 같이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이 곳으로 목적지를 급히 변경한 사연이 있는 것이다. 덕분에 돈은 많이 절약했지만, 하코네의 검은 달걀을 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 것이다.

연인들을 위한?

  시간이 남는 관계로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는데, 흥미로운 것을 발견. 저 잔뜩 걸린 자물쇠와 종은 무엇이냐 하면, 연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쓴 자물쇠를 걸고 종을 치면서 커플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맹세한다고 한다. 용연의 종이라나. 주위가 온통 자물쇠로 빼곡했는데, 수십년은 되어보이는 녹이슬어 툭 치면 으스러질 것 같은 자물쇠도 다수 발견. 과연, 이곳에서 영원을 맹세한 커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 젊은이들의 연애관에 비추어보면 대다수는 이미 깨진 커플들의 잊혀지지 않은 잔재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말이다. 설마, 결별과 동시에 이 곳을 찾아 자물쇠를 풀면서 액떔했다 말하는 사람도 있을라나 -ㅅ-;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는 대부분 바다에 던져버릴 것 같은데 말이다.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영원함을 믿을 것 이니까.

  한달동안 주말마다 여행지를 골라서 아침부터 출발해서 뚜벅이 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정말 체력 관리를 해야겠구나..; 오후 4시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다리도 아프고, 날도 덥고, 끈적대는 온 몸 때문에. 따라서 항상 여행에 여유는 있었다. 어짜피 체력의 한계가 시간의 한계보다 먼저 올 것을 아니까,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일찍 알아차렸기 때문에 이날도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는 것이다.

섬을 횡단하면 한가로운 바닷가에 도달한다

 

  자물쇠 천국이나 썡뚱맞은 절, 동굴안에 있는 신사등을 구경하고, 또한 한가롭게 일광욕을 하면서 늘어져있는 돼지 고양이들을 따라서 길을 계속 걸어가면 쭉 이어지는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꽤나 많이 내려가는 계단인데, 문제는 이 계단을 섬에서 나오려면 도로 올라와야 한다는 점. 다리가 벌써 자기 멋대로 놀기 시작했다면 그냥 오던길을 천천히 내려가 섬을 나가는게 좋을 것이고 아직 여유있다면, 계단을 내려와서 위 사진처럼 펼쳐지는 태평양을 감상해보자. 섬의 구석이라고 소홀한게 아니라 꽤나 멋진 길을 만들어서 바다를 구경할 수 있게 해놨다. 뭐 나중에 가면 길 끝에 유료관람 동굴이 있어서 왜 이러게 길을 잘 만들어 놨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만, 여기까지는 무료니까 한가롭게 걸어도 될 것이다. 참고로 동굴은 정~말 볼 것이 없다고 한다.

  동굴까지 도달해서 입장료에 쓴웃음을 짓는 순간이 오면 당신은 에노시마를 모두 불러봤다고 할 수 있겠다. 온 길을 고대로 돌아서 섬을 나오면 되겠다. 나는 더 가는 길이 없을까? 해서 바다로 내려가서 바닷가 절벽을 오르내리는 다이나믹 스포츠를 즐겼지만, 길이 없더라; 아무튼 글의 시점도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 나와 우리가 도착했던 역 옆의 에노시마 역까지 철수해보자.

에노덴의 종점, 에노시마 역이다

  에노덴에노시마덴샤의 약자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름은 중요한게 아니고 꽤나 유명한 관광자원이라는 점은 알아둬야겠다. 고작해야 몇량 되지도 않는 전차에 기찻길도 복선화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간혹 기다리고, 주택가나 도로위에 나있는 선로를 아슬아슬 다니며, 한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린다. 초고속의 흔들림도 없는 신칸센이 일본의 세계적인 철도 기술로 유명하다면, 에노덴은 그 정 반대의 의미로 유명한 것이다. 마치 수십 년전의 열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랄까. 소박한 의미에서의 기쁨을 준다. 하나 더 있다면, 만화책 슬램덩크에서 에노덴을 탄 주인공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기도 해서 더 유명한 것이다.

  삐걱삐걱 에노덴을 타고 바다라도 구경하면서 가마쿠라역으로 향했다. 가마쿠라의 유명한 대불을 보려면 가마쿠라역이 아니라 그 전역에서 하차에서 봐야한다지만, 대불이야 뭐 볼꺼 있겠어? 하고 바로 무시하면서 가마쿠라까지 달렸다. 가마쿠라는 워낙 유적도 많고 걸어다니면서 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렌탈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꼴사납고 해서, 가이드에서 정말 유명한 것 몇개만 꼽아서 보기로 했다. 사실 불친절한 가이드책 때문에 그나마 어느게 유명한지 모르고 감으로 찍었달까. 사실 그 마저도 돌아다니는 도중에 힘들어 ㅠ _ ㅠ 하면서 포기했지만 말이다.

이 도리이를 찾자

 

    가마쿠라 역에서 내려 당황스럽게도 그 복잡함에 놀라 이리저리 해매다가, 문득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쫓아가기 시작. 끼니도 거르고 다니는 여행인지라, 가방에서 꺼내먹은 야마자키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에노시마에서 걸었던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을 걸어야 하므로 단단히 준비하자 -ㅅ- 이때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내가 돌아본 유적지가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하는지 따위는 잊어버린 채 의무감에 돌아다닌 것 같다. 따라서 여행기에도 무슨 고유명사라던가 그런 것을 쓸수는 없고 단지, 사진과 느낌만을 적는 무성의한 여행기가 될 수 밖에 없게 되겠다. 바로 이날의 태양과 이날의 더위 때문에.


[3]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2/19 00:03 2007/02/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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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1]

  오사카 지방 여행기까지 완료하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여행기를 쓰고나서, 다시 도쿄에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 계속하자니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체류기. 완전무결하게 완성은 짓고 넘어가고 싶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한여름의 도쿄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에 숙박을 잡은 여행객이 하루를 투자해서 둘러볼 수 있는 도쿄 밖의 관광지는 몇 군데가 있다. 대표적으로 하코네, 닛코. 둘 다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각각 독특한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그 외로는 에노시마 & 가마쿠라가 바다와 신사와 사찰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어서 하루 코스로 인기가 높은 편이고, 요코하마는 세련된 도심과 이국적인 모습을 보기위해 모여드는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이다. 이들은 각각 하루종일 돌아볼 생각으로 기운차게 출발해도 밤이되면 기진맥진해서 아쉬움과 함께 숙소로 돌아올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이동시간이 비교적 긴 관광지이므로 이들 모두를 돌아보고 싶으면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일주일이상은 도쿄에서 머물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곳들은 모두 서남, 서, 북쪽의 관광지들이다. 동쪽으로 치바현쪽의 유명한 관광지라고는 디즈니랜드 밖에 모르는데 혹시 가이드에 나와있지 않은 곳까지 찾아내서 일정을 늘리게 된다면 맘 푹놓고 숙소를 일주일 예약해서 도쿄에 머물면서 밤에는 도쿄 시내 관광. 낮에는 근교의 관광지 탐방을 다니도록 하자. "도쿄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면서 볼게 있나?"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한달을 머물렀는데 못 가본데가 많은 이 블로그 주인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 일정은 도쿄에 일주일정도 위클리맨션을 예약하고 위에서 말한 4군데의 관광지와 오다이바, 황거를 각각 낮 일정으로 넣고 저녁때는 소위 번화가로 불리는 시부야, 신주쿠, 긴자, 하라주쿠, 롯폰기를 돌아보고 아침시간이 날때 우에노 공원 같은데를 돌아보는게 어떨까? 아마 내가 처음 일본에 가는 입장이 되어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면 위처럼 잡겠다. 대충 예산은 100만원 정도 나오겠구나.

  아무튼 여행 가이드북 노릇은 그만하고 본래 주제인 에노시마 & 가마쿠라를 소개해보면 에노시마는 도쿄 서남쪽의 섬으로 요트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더불어 섬의 비교적 빼어난 경치가 유명한 곳이다. 가마쿠라는 대불, 사찰등 주로 역사적인 유물이 많은 곳. 이는 예전에 잠시 수도 였던 탓이다.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두 관광지를 묶어서 보며 뒤에 나오겠지만 이 두 관광지를 서로 묶는 열차 자체도 꽤나 유명하다.

  처음에 가마쿠라부터 둘러볼지, 에노시마부터 둘러볼지에 따라 기차를 이용하는 코스가 조금 달라진다. 내 경우는 에노시마부터 둘러보기로 정하고 아침 일찍 이타바시혼쵸의 숙소를 나왔다. 미타선을 타고 스가모에서 다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신쥬쿠까지가서 오다큐선으로 갈아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게다가 중간에 사가미오노역에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가는 열차로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 꽤나 오래걸리는 기차여행이므로 노선을 꼭 확인해서 이상한 역에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또한 일본의 기차는 보통, 쾌속, 특쾌, 통근열차등 같은 구간을 다니는 녀석이라도 정차하는 역이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잘 골라서 타지 않으면 내릴 역을 그냥 통과해버리는 열차 안에서 안타까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ㅅ-

 오다큐선은 신쥬쿠역이 종점이라서 출발하는 열차의 넉넉한 자리에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국철인 JR이 매꿔주지 못하는 곳곳의 철도망을 사기업들이 나서서 철도를 건설해 매꾸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철이 좀 깨끗한 느낌이 있었다. 이 날은 일본 전철 특유의 떠드는 사람 없는 조용한 분위기와 잘 조절된 에어컨, 그리고 창밖의 따뜻한 햇빛까지 일정하게 덜컹거리는 진동조차 몸에 리듬감을 실어주는 기분좋은 아침의 기차 여행이었다.

일본은 잘 정비된 하천이 많은데 산책로로 많이 활용된다

 

  가는 도중의 밖의 구경도 하고 안내 방송에 웃음 짓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때 처음으로 둘이 다니는 여행이었다. 이 전까지는 모두 혼자서 돌아다니느 여행) 열차는 곧 사가미오노 역에 도착하고 여기서 플랫폼을 바꿔 기다리다가, 어찌보면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듯한 열차를 타고 다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향해갔다. 한여름에 주말, 그리고 화창한 날씨 덕택인지 열차 안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남녀들로 가득했고, 모두들 검게 그을린 피부를 마음껏 드러내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심하게 그을린 피부. 뭔지 모를 이유로 울어대는 어린 아기가 열차 유리창에 균열이 갈 정도로 울어대는데 젊은 부모는 히히덕거리면서 자기들 끼리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에 다소 불쾌했지만 다행히 얼마가지않아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역사

 

  에노시마는 특히 여름에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이유야 말할것도 없이 여름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닷가에는 윈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가득하고, 수상스키,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바다위, 바다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는 다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기본적인 해수욕은 기본이고 말이다. 이렇게 이 곳이 발달하게 된 원인에는 지역적인 이유가 가장 큰 데, 이 곳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는 요코하마, 도쿄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 곳 이외에는 모두 항구 도시로 개발된 곳들, 따라서 자연적인 백사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이 몰리고 화려해지고 유명세는 또 다른 유명세를 낳아서, 이 곳은 한국사람들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만화 슬램덩크의 무대가 되기도 했고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에노시마의 모습은 흔하게 찾아 볼수도 있다. 사실 또 에노시마는 유명한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역에서 가득한 사람들을 뚫고 나와 일단 편의점에서 식수를 샀다. 바다위에 놓인 다리며, 꽤나 높은 곳까지 솟아있는 에노시마를 한바퀴 돌 생각을 하니 왠만큼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서야 탈진할 것 같았기에 넉넉한 양의 생수 보충. 햇빛이 온세상을 가득 매운 이런 날에는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자판기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나 일본처럼 자판기 포화상태의 국가에서는 150엔이 150원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 마져 일으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사이에 당신의 손에는 에비앙 생수, 혹은 미쓰이 사이다가 들려있기 마련이다. 몇 십엔이라도 아끼려면 미리미리 사놓자. 수통을 채웠으면 고지로 돌격이다.

밤되면 예뻐질 듯. 일본에서 봤던 '태양의 노래'라는 드라마에 나왔다.

 

  에노시마는 시마(島)니까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있어서 두발로 방문할 수 있다. 지도도 없고, 그렇다고 가이드는 더더욱 없는 우리지만 바다위에 장애물 없이 떠 있는 에노시마를 향해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가는길에는 여름 스포츠를 즐기러온 많은 청춘 남녀를 볼 수 있는데, 아예 여름만 되면 여기서 장기 숙박하고 해안가로 출퇴근 하는지 피부는 온통 까맣게 그을려서 인종을 구분할 수 없게 해가지고 다닌다. 남녀를 불문하고 또한 화끈한 여름 패션을 보여주니까..

다리를 건너면 에노시마. 저래뵈도 꽤 높다.

 

  사실, 남태평양이나, 하다못해 오키나와 처럼 깨끗한 물은 아니고, 모래사장도 깔끔한 베이지색의 고운모래가 아니라, 약간 칙칙한 분위기가 나는 바다지만 도쿄 근교에 이런 곳이 없어서 인기인 듯 하다. 냉정하게 보면 꽤나 더러운 우리나라 동해 바닷가 물 보다도 살짝 더 더러운 느낌이 나기는 한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양쪽으로 그런 물에서도 손발이 팅팅 불어가면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지평선(?) 까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여름만 되면 끌어당기는지 그 매력은 수만년간 변하지도 않았다. 옛날 원시인들이 배고픔에 고통 받고있을 때, 낚시라는 새로운 식량공급원을 찾아서 신이나 바다로 뛰어든 것이 유전자에는 새겨져 있지만 막상 오늘날에는 뛰어들고보니 배는 안고팠다는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작은 육지가 에노시마.

오늘 찍은 사진 중 젤로 유명한 위치

 

  자, 이제 등산인가? 하면서 워밍업하고 있는데, 옆에서 커다란 핼멧을 쓰고 스쿠터에 탄 소녀가 우당당탕 소리를 내면서 저 도리이를 지나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올라간다. 뒤를 이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스쿠터 멈추세요!" 하면서 뒤를 쫓는데 사람들이 양옆으로 물러나느라 시간이 걸려 추격이 쉽지않다. "야루네~"하면서 사람들이 뭔일인가 구경하고, 나도 마찬가지. 소녀는 저~ 꼭대기 까지 스쿠터로 올라가 산길 어딘가로 감쪽 같이 사라진다. "드라마 찍나?" 그리고 보니 이 근처에서 찍는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카메라가 없다. 항공촬영? 에드벌룬 하나 떠 있는데 설마? 뭔진 모르겠지만 실제 상황인 것 같다. 어찌 도망가려고 섬으로 달아나지; 봉쇄하면 잡힌다. 섬의 구석진 곳에 요트라도 대기시켜 놓은건가?! 등산이나 하자.

조금 더 올라가면 신사가 나온다

 

  말은 등산이나 사실 산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경사의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하므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관광객은 친절히 마련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유료) 섬 전체는 중간까지 한바퀴 도는 관광로가 있고 가장 깊숙한 곳 까지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길이다. 바다 암벽까지 내려갈 분들은 가보고 아니면 그냥 위에서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사실 500엔을 받는 동굴이 끝에 있는데 별로 볼건 없다고 한다. 에노시마 전체는 하나의 무료입장 놀이공원과 같아서 들어가는 건 공짜지만 뭔가 보거나, 타려면 반드시 추가 요금을 받는다. 빈곤한 배낭여행객이라면 두발로 다 돌고 굳이 돈 안써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볼 수 있다.

신사는 하도 많이 가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섬 한가운데 신사가 위치해 있다. 관광을 위한 목적으로 다리가 놓이기 전에 건설된 신사인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섬이었을때 배타고 들어와서 섬에다가 신사를 지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꽤나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그것은 비단 이 신사 입구 뿐 아니라 섬 전체에 걸쳐서 마찬가지다. 아주아주 간편한 옷차림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돌아다니는데도 이미 처음부터 비오듯하는 땀은 어쩔수가 없었다.

방금 사이렌을 울렸던 경찰차

 

   힘겹게 도리이 하나를 통과하고 보니 아까 아래서 시끄럽게 스쿠터를 추격하던 경찰차가 더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면서 멈춰서 있었다. 사실 길도 더 없는데 어쩌자고 이런데 까지 올라와서 시끄럽게 하는지, 무리하게 올라가려고 바닥에는 스키드마크, 주위에는 타이어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로 가득했다. 이미 스쿠터에 탄 소녀는 오른쪽 길로 달아나고 난 후 같이 보이는데; 이 이후로는 이 추격자와 도망자를 만나지 못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뭔가 심각한 범죄자였을까? 설마 주차위반 같은 걸로 이렇게나 요란하게 쫓아오는 것인가, 일본 경찰은?

다 올라오고 나니 꽤나 멀리까지 보인다

  꽤나 올라와서 신사 앞에 도착했지만, 어디까지나 신사까지지 섬 전체를 둘러보려면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주로 경치 좋은 전망대는 육지쪽을 향해서 설치되어있고, 반대쪽으로는 해안까지 내려가보지 않고서는 잘 보기 어려웠다. 한쪽은 커다란 섬. 반대쪽은 거대한 태평양이다. 따지고 보면 일본도 섬이지만, 생활하고 있다보면 섬이라는 인식은 점점 희미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비록 우리나라는 섬은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무의식 속에 국가의 경계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와서 꽤나 오래 살아도 이질감은 없고 특별히 섬이라는 인식은 안들 것 같다. 유럽처럼 국경이 땅에 선 긋는 식이라면 헷갈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에노시마에 간다하니 "아, 그럼 가마쿠라까지 묶어서 보는게 좋겠네?"라고 조언해주던데, 가마쿠라에 가봤냐고 물으니 소풍으로 왔다는 말이 많았다. 가깝고 유적지가 많아서 역시 소풍용 장소인가. 우리나라의 서울대공원 보다는 쪼금 더 교훈적인가.

신사의 본당

 

  날도 더운데 그늘도 없는 신사 구경은 서둘러 마치고 양쪽으로 나있는 섬의 일주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옆으로 돌아나오다 한국에서 온 사진찍는 일행을 마주쳤다. 일본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많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확연하게 구분되는 외모때문에 쉽게 일본인인지 아닌지 구분 할 수가 있다. 특히 2명 이상이 모여다니는 한국에서 온 여성 관광객 일행을 보면 말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는데, 과연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는데 보면 그냥 아는 것이다. 느낌으로.

그늘을 원하지만 없다

  보기에도 따뜻하고 태평하며, 아까의 작은 소란만 없었으면 범죄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동네이다. 이런 마을은 사람 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살기 좋은 듯 보이는데, 길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굳어진다. 일본은 개보다 고양이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인데 도심의 주택가에서도 어디엔가 숨어있는 고양이들이 때때로 나와서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한밤중에 눈에서 레이져를 쏘면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내가 더 섬뜩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의 고양이들은 그렇게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지도 않고 단지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따뜻함만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어슬렁 거리면서 그늘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

계단은 계속 이어진다

  깔끔하게 정리된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양 옆으로는 바다 경치를 즐기면서 각종 식사를 할수 있는 찻집과 식당이 늘어서 있다. 주인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와이카가데스까?" 하면서 소심한 호객행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계단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지나갈수록 나중에 다시 이 길을 돌아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워지는 것이다. 뭔가 익사이팅한 놀이거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야 이리오지 말고 에노시마 역에서 바다에 뛰어들었어야 옳겠지만, 조용한 관광지의 풍경과(정말 이렇게 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박하지만 깔끔한 맛이 있는 경치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단, 지나친 상술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도 또한 오면 불쾌해 질 수도 있다.

  집에서 아침을 때우고 빵을 몇 조각 사서 가방에 넣어왔다. 물론 관광지에서 뭔가 사먹으면서 드는 식비를 아끼려고 한 것. 뒤돌아 생각해보면 관광까지 와서 이렇게 돈을 아껴가면서 생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후회가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여행하면서 책을 가지고 가는 사람과 같은 경우 아닐까. 여행에 와서는 여행에 오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에 집중을 해야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먹는 것, 보는 것, 말하고 듣는 것. 이런 체험을 위해서 여행을 하고 기쁨이 존재 하는 것인데.. 라고 귀국후에 생각을 고쳐먹고 조금 후회.


[2]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1/24 03:28 2007/01/2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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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6]

 드디어 37일간의 일본 체류를 마치고 한국으로 날아가는 날이 되었다. 대학생 시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내 인생에 있을까? 단순히 '체류'만이 목적이라면 비행기 탈 돈만 있으면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지만(영구적 90일 무비자!) 조금이나마 일본인들의 사회에 끼어들어 생활 패턴을 그들과 같이 할 기회는 두번다시 안올지도 모르는 것이고 말이다. 앞으로도 일본 회사에 취업 한다던지 할 계획도 별로 없으니까. 비유하자면 "일본 사람들로 가득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차들 구경한 정도" 될까? 그런 의미에서 일본 체류기가 아니라 일본 체험기가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이 체류기도 끝나갈 무렵이 되고 했으니 정리 차원에서 재정적인 면을 살펴보자. 일본 여행 게시판이나 지식인을 둘러봐도 "일본 여행 다녀오는데 얼마나 들까요?"라는 질문이 수위권을 다툴정도로, 빠듯하게 알바 뛰어서 해외 여행가는 집념의 젊은이들에게는 돈 문제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정답은? "쓴만큼 든다." 지출은 스스로 돈을 내는 것이지 일본이 거대한 호텔이라서 하루밤 자는데 5000엔씩 까는 것도 아니고;

  1. 우선 여행의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배, 호텔|민박, 체류기간)
  2. 정보를 모으고 (비행기 티켓, 민박 숙박비, 하루 사용할 교통비 식비)
  3. 얼마나 유동적인 여행을 가능하게 하느냐에 따라 여유 자금을 준비하는 것.

 나의 경우는 단순 계산으로 하루 식비 1500엔 정도에 교통비로 평일에는 800엔정도 쓰고 주말에는 2일동안 만엔정도 할당했더니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더라. 물론 나중에 예정에 없던 오사카 여행이 있어서 긴급 수혈을 받긴했지만. 여기에 숙박 시설에 따른 요금과 쇼핑을 위한 돈을 준비하면 되겠고, 사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적응력을 발휘해서 적당하게 살아가는게 또 인간 아니겠나.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지막 날의 일정은 오사카 시내 관광과 오사카 성 둘러보기. 5시 20분 비행기라서 늦어도 4시 전에는 오사카에서 출발 해야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건지, 조금이라도 더 일본을 즐기려는 마음에 피곤도 잊은채 일찍 일어나 집을 챙기고 방을 나왔다. 카운터에 있는 할머니에게 열쇠를 돌려드리니 기계적인 동작으로 500엔을 꺼내 돌려주시면서 잘가라고 말해주셨다. 마치 일본을 떠나는 것에 대한 인사처럼 들렸다.

 빠듯 하기는 해도 오후까지는 시간이 있기에 그 동안의 관광을 위해서는 코인 락커에 집을 맡겨야 했다. 우선 간사이 공항까지 출발하는 열차가 있는 난바역으로 이동했다. 간사이 공항행 열차가 출발하는 개찰구 근처에 있는 적당한 코인 락커를 찾고 한달이 넘는 동안 사용한 흔적이 묻어있는 짐을 가득 채운 캐리어를 빠듯하게 락커 안으로 밀어 넣고 아침에 받은 500엔을 넣고 24시간 동안의 안전을 보장했다. 물론 나는 8시간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코인 락커를 한번도 써본일이 없구나" 하긴 무리도 아니다. 코인 락커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다. 하지만 동생 뻘인 사우나나 피트니스 클럽에 있는 녀석들이야 늘 써왔으니까 어색함은 없었다.

 아침 식사로 적당한 것을 찾다가, 찾는 시간이 아까운 나머지 눈에 보이는 맥도널드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맥도널드를 선택하는 것은 늘 이렇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민할 시간이 아까운 경우. 맥도널드는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너무 미국식이다. 들어가서 이제는 익숙한 발음으로 빅맥을 주문했는데, 아침 시간이라 빅맥은 안되고 아침 메뉴에서 고르란다. 베이글과 콜라를 받아서 금방 해치웠다. 아침 메뉴라 양이 적구나.

오늘의 일정은 이 난바역에서 시작한다

 

  이제 식객과 헤어져 혼자 행동하기로 한다.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헤어지는게 나을 것이다. 나는 일단 오사카 성으로 가서 둘러보고 다시 난바역으로 돌아와 약간의 쇼핑을 한 후 간사이 공항으로 향하기로 정했다. 가이드북에는 오사카 성까지 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도쿄 가이드만 가지고 왔다) 난바역에 있는 관광안내소 앞의 PC를 이용해서 찾아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안내원은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난바역에서 표를 사고 뭔지 모를 JR철도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야마노테센과 비슷한 순환선. 야마노테센서울 메트로의 2호선이 같은 순환선이면서 노선도에 녹색으로 표시되는 것은 우연인가 모방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리나라 1호선의 풍경과 너무 닮았다

 

 아침부터 그야말로 최고의 더위. 돈은 생각치 않고 사람이 쾌적하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에어컨을 펑펑 틀어대고 있지만 태양의 관할 구역안에서는 어쩔수가 없다. 열차안에서 시원함을 느끼다가 개방되어있는 역 플랫폼으로 나오니 정말 빨리 둘러보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역시 아침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월요일 아침에 오사카 성으로 놀러오는 일본인은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날씨라면 공원의 의미도 없을 정도.

역에서 나오니 이런 풍경이

 오사카 성은 거대한 공원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데 공연 주위로는 고층 건물들이 많아서 마치 황거에 갔을때 긴자도쿄 역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다른 곳까지 여유있게 둘러볼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고 그늘을 찾아 태양을 피해 은밀히 오사카 성까지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는 것이 목적. 벌써부터 땀에 젖은 티셔츠가 눌러붙기 시작했다. 이런 차림으로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이다. 3일동안은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왠지 배낭 여행객 처럼 보이기가 싫었다. "나는 일하러 왔다구"

해자도 도쿄 황거보다 넓은 느낌이 든다

 몸은 그늘을 쫓고 눈은 가운데 우뚝하게 솓은 오사카 성을 쫓으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땀이 많이 날 것 같으면 페이스를 낮추고 또 약간 시원해지면 또 바삐 걷고. 일본의 성들은 대부분 파괴된 것을 다시 복원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오사카 성의 경우도 완파 되었던 것을 완전히 새로 지은 것인데 예전의 자취라고는 주춧돌 몇 개나 남아있을까? 완벽하게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성이 히매지성 뿐이라는데 못가본 것이 아쉽다. 일본의 성을 가보려면 오사카 성은 가지 말고 히매지 성을 가는 것이 좋겠다. 왠지 TV에서 엄청나게 홍보하던 영화 "일본침몰"에서 오사카 성 위로 화산 폭발물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열심히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이 오사카 성이지만 정 중앙에 있기 때문에 어느 쪽 입구로 들어와도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목마름에 생수를 사서 손에 들고 또 열심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늘도 없고 땀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무렵. 오사카 성 아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 같은게 있을리 없기 때문에, 올라가 보려면 힘들 것 같아서 밖에 있는 벤치에서 땀을 식히면서 쉬기로 했다. 앉아 있으려니 우리나라 아람단 아이들 100여명이 저~ 아래서 우르르 올라오더니 매표소 앞에서 대기하고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얘들은 지치지도 않나? 이날씨에." 땀을 식히고 이제 올라가보자. 입장료가 얼마였더라 500엔은 넘었던 것 같은데.

 위에서 말했듯 오사카 성에서 옛 모습의 자취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형만 복원했지 내부는 최신식의 콘크리트 건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한 전기등이 상영되고 있으며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유물은 다 박물관에 가있고 크게 볼만한 것도 없는 것이 사실. 둘러보고는 조금 실망했다. 올라가는 계단, 내려오는 계단이 따로 있어서 혼란을 막도록 하고 있었고, 일단 걸어서 끝까지 올라간 후에 내려오면서 각 층에 전시되어있는 유물을 관람하도록 되어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서 올라가는데 우르르 뛰어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아람단 학생들. "얘들아. 여기는 올라가는 계단이라니까;" 뒤이어서 따라 내려오는 강남 xx 초등학교 학부모님들; 검은색 정장차림의 안내원들도 말이 안통하니까 주의를 줄 생각도 안하고 그냥 지켜만 보고 서있었다.

 다 올라갔다. 아 시원해. 아람단 일행 여행 가이드가 여기있었구나; 높은 곳에 올라오니까 놀랄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서 걸어오면서 흘린 땀은 다 날려버릴 수 있었다.

오사카 시내가 멀리까지 보인다

 

 꼭대기의 관람층은 동서남북 4방향으로 둘러보게 되어있어서 어느 방향이든 오사카 전체(까지는 아니고)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정도 높이라고 하면 아주 높은 고층 빌딩 수준도 안되지만, 주위가 공원으로 방해 받을 만한 건물이 없는 관계로 꽤나 멀리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분 정도 둘러보니 주위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금방 질려버렸지만 저 아래의 더위를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몸의 열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릴때까지 일부러 좀 시간을 끌면서 기다렸다... 됐다! 이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면서 전시물을 관람하는 것이다.

 오사카 성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 건축되었는데 그가 강력한 중앙집권의 권력을 구축한 후 하나의 상징처럼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생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놓은 전시물도 있어서 쭉 둘러보니 시간을 잘 가더라. 음성은 일본어지만 옆에 한글로 설명이 되어있어서 참고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임진왜란 부분에 있어서는 옆의 한글 설명과 일본어 음성 설명의 어휘 선택이 미묘하게 달라서 좀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뭐, 비난이야 할 수 있겠지만 강제성은 없는거니까. 위인으로 숭상하는 것 까지는 않고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는 사람 정도의 느낌. 천황이라는 존재가 예나 지금이나 이어져서 내려오는 만큼 모든 존경과 영광은 그에게 최우선적으로 돌려져야 하는 것이 일본 역사의 딜레마가 아닐까. 아무리 훌륭한 위인도 천황의 아래 있는 것이니까. 또 엄연히 지금도 천황이 존재하고 말이다.

자, 이제 저 길을 지나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한층한층 꽤나 시간을 들여서 구경하고 난 후. 1층으로 내려와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좀 쉬다가. 다시 12시의 뜨거운 더위로 나갔다. 햇빛도 맹렬하게 우주공간을 뚫고 나에게 돌진하지만, 나도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역을 향해 돌진했다. "이제 땀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어." 올때의 역이랑은 다른 역을 거쳐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봐야 하나 전의 역이긴 했지만. 일본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수건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땀을 닦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남녀노소 상관없이 일반적인 손수건이 아니라 푹신한 흡수가 잘 될 것 같은 그런 것을 들고 다닌다. 그러면서 수시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거나 하는데, 만약 목에 걸고 다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타쿠로 알겠지?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 줄이 왔다갔다 한다

 다시 난바로 돌아왔다. 이제 부탁 받은 책과 내가 살 책, 그리고 몇 가지 문구용품, 돈이 남으면 음반 몇 개를 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막막하게도 뭐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난바 정도라면 번화가이므로 왠만큼 돌아다니면 다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착각. 문구점에는 내가 원하는 상품이 없었고(설마 도쿄 한정!?) 서점에도 내가 원하는 책이 없었다. 사실 가장 큰 에러는 빅카메라에 들러서 잠깐 둘러보자고 했던 것이 헤드폰 코너를 발견 했는데 수십만원짜리 헤드폰을 샘플로 다 들어볼 수 있는게 아닌가! 하나하나 다 들어보느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게다가 최신식의 Synthesizer까지 발견해서; 소리를 들어보느라 쇼핑할 시간을 거의 내지 못했다.

 어느 사이에 시계를 보니 3시가 가까운 시간.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공항에 일찍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일단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 1000엔이나 하는 티켓을 사고 플랫폼으로 내려가니 왠지 타고 싶게 생긴 열차가 대기 중이었다. 특급열차 하루카. 간사이 공항까지 논스톱으로 달리는 대신에 더 비싸다; 괜히 싼 티켓 샀다가 저거 타서 돈 더내지 말고 그냥 완행을 기다리자;

하루카!

 이윽고 도착한 열차에 몸을 싣고, "자! 이제 정말 일본을 떠나는구나" 왠지 아쉬워서 쓸데없는 주위의 풍경을 잔뜩 찍었다. 심지어 열차 안내방송까지 녹음해왔다; 디지털 카메라의 메모리가 비어있는 만큼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바다위를 매립해서 만든 공항인데, 쓸데없이 크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확장 공사 중인데 인천 국제 공항등등 동북아시아의 허브 공항 위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서 실제 수용하는 규모보다 훨씬 크게 공항을 짓는데나. 그래서 돈 낭비라는 말도 있고 그렇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천공항도 실제 이용률이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는 말이 있던데 얘네도 마찬가지구나.

바다 위를 달려서 공항에 도착한다

 오히려 규모에 비해서 엄청나게 붐비는 LAX(LA 국제공항)같은 곳이 있는 반면에 돈을 쏟아부어서 으리으리하게 만들어도 이용해주지 않는 곳도 있고. 중요한 것은 공항이 아니라, 나라 자체가 주는 매력이다. 아무튼 공항에 도착.

지은지 얼마 안된 오오라가 풍긴다

 이제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한국에서 올때 오는 날짜 확정을 안했기 때문에 일본 체류기간 동안 오는 날짜를 예약할 필요가 있었다. 회사에서 시간이 남는 동안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간사이-인천행 비행기를 확인하고 예약을 했었다. 우선 시간표를 확인하고 보니 5시 20분 비행기가 그나마 적당해 보여서 일본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쌩뚱맞게 자동응답기 대답이 처음부터 한글로 튀어나와 놀랐다. 아무튼 비행기 예약 번호를 누르고 상담원 연결을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대한항공의  ...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일본인이 한국어로 전화를 받았다. 약간 어색한 발음이었지만, 이러면 이야기가 편하다. 상황 설명을 하고 비행기 예약을 했으면 한다. 예약번호를 불러주었다.

"알겠습니다. 처리되셨습니다."

 일본어로 설명해야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복잡한 한자어 몇개를 미리 알고 전화했는데 한국어로 다 되니 편하지만.. 그렇다면 사실 일본인은 국내에서 거의 대한항공을 이용 안한다는 거구나. -ㅅ- 이제 그렇게 예약한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대한항공 카운터를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윽, 이분은 안되겠다.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로 하느니 그냥 일본어가 낫다.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러 왔다고 일본어로 하니까 그 분도 얼른 일본어로 바꾼다. "원래 도쿄에서 돌아가는 것으로 비용을 지불했는데, 간사이 공항이라 티켓 값이 더 싸다. 차액을 돌려주겠는데 어떻게 받겠느냐?" 묻길래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느냐?" 했더니 현금은 안되고 "차후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해당 금액의 쿠폰을 주겠다." 고 하길래 OK. 해당 금액의 쿠폰을 받고 발권을 하고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몇가지 할 일이 있었다. 일본에서 쓰다 남은 엔화를 USD로 환전할 것. 그리고 면세점에서 남은 동전까지 긁어 모아서 몽땅 쓸 것.

 환전소는 꽤나 여러군데의 은행에서 나와있었지만 대충 비슷할 것 같고 고액도 아니어서 그냥 아무데나 갔다. 환전소 앞에서는 미스 유니버스 출전자들이 매는 나라 이름이 세겨진 어깨 띠 같은 것을 한 아저씨가 안내 가이드로 활약하고 있었다. 탑승 항공편을 적고 무슨 돈에서 무슨 돈으로 환전할 지 적고 액수를 적는다. 남은 돈이 1만엔 정도 되는구나. 미스 유니버스 아저씨가 옆에서 과잉 친절로 이것 저것 참견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사양하겠어요. 실제 카운터에 가서 신청서와 엔화를 들이 미니까. 접수 직원이 의아하다는 말로 뭐라고 되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못들어서 "에?" 이러고 있으니 "Can you speak English?" "아뇨 일본어로 괜찮아요." 했더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인데 왜 USD로 환전하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가요." 라고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환전해준다.

 면세점에 들렀다. 남은 엔화는 500엔. 도대체 이걸로 면세점에서 무엇을 살수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또 별로 기대는 안하면서 둘러보고 있으니까 딱 눈에 띄었다. 와라비?라고 적힌 교토의 전통 먹거리라나. 결국 물건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쓰기 위해 산 것이라 한국에 돌아와 냉장고에 오래동안 묵혔다가 버리고 말았다. 약간 먹어봤는데 양갱 비슷한 맛이 나는 것이 맛도 이상하고;

 이제 탑승시간이 슬슬 다가와서 게이트로 향했다. 모노레일 열차 비슷한 것을 타고 게이트까지 이동해서 티켓에 적힌 곳으로 이동. 비행기가 준비중이다.

갈때는 보잉747. 올때는 뭐였지?

 

 대한항공은 일본 공항에서 JAL이 정비해주고, 아시아나ANA가 정비해준다고 들었다. 일본 국적기가 우리나라에 왔을때는 그 반대고 말이다. 따라서 JAL직원들이 대한항공 비행기를 정비해주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회사 생활, 여행지를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이래저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윽고 탑승 시간이 되었고 나는 이번에도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했다. "안녕 일본"

태양은 태양이지 한국의 태양, 일본의 태양은 아닐 것이다

 

Posted by Hwijung

2007/01/13 16:36 2007/01/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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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5]

 일본 역사 쪽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실은 일천하기 그지 없는데, 그렇다고 사실 다른 나라 역사는 특히 잘 아는 것도 없고.. 한국 역사나 그나마 박물관 견학이 많았던 탓에 왠만큼 알고 있다고 할까. 그래봐야 한국 역사도 요즘 사극 많이 보는 드라마 매니아 들에 비할 것도 안되고, 아무튼 역사 쪽으로는 별로 지식이 없다.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일본 역사에 대해서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은 아마테라스라는 건국의 신 이름이 일본적이지 않다는 것이랑 진주만 폭격 이후의 역사. 그 중간 수천년의 부분이 뭉텅 잘려나가고 없는데, 말 그대로 일본이라는 역사 책의 앞표지 뒷표지만 기억나는 수준인 것이다.

 이런 별로 인문학적이지 않은 사람은 여행을 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누구나 "아~" 하는 것들만 찾아 보는게 유익한 여행 되겠다. 괜히 보기에는 별것도 아닌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니 그런 역사적인 사실이~" 하는 것들은, 혼자 힘들게 돌아다니면서 봐야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와서 나중에 배경 지식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을 때 "아~, 나도 거기 가 봤어" 하는 약간의 자랑 섞인 위안 (하지만 사실 상 별로 본인에게 의미없는) 정도가 될 뿐.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역사 공부에 게으르기 때문에 역시 유명한 장소는 뭔가 비주얼적인 감동을 항상 동반하기 마련이다. 즉, 결론은 암것도 모르고 가는 사람은 유명한 것만 보고 오자는 이야기.

 나라에서도 역사적인 유적들이 뭔가 많았는데, 그 중에 뭘 볼지 선정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인 이야기. 따라서 역시 위의 원칙에 충실하여 보고 올 것 2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도다이지(東大寺), 그리고 두번째는 나라 국립 박물관. 도다이지(東大寺)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유적처럼 보였고, 나라 국립 박물관은 일본의 3대 국립 박물관 중의 하나는 보고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다소의 의무감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참고로 도쿄, 교토, 나라. 이 세 곳의 국립 박물관을 3대로 꼽더라. 사실 교토에 갔을 때도 국립 박물관에 갔었는데 상식적이지 않은 요금에 좌절해서 그냥 패스했던 기억이 있다. 나라는 비교적 저럼했다.)

 이제 배경 설명을 끝내고 다시 사슴 사이를 요리조리 통과해 길을 올라가는 우리로 시점을 돌려보자.

 나라역에서 도다이지(東大寺)까지는 20분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중간에 잘 정리된 잔디밭과 그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슴들을 구경하며 올라갈 수 있다. 중간중간의 노점상에서는 일본의 전통과자 센베-를 팔고 있는데 사실 사서 먹으면서 가는 사람은 찾을 수 없고 거의 사슴 먹이 용으로 구입하면 알아서 사슴들이 달라붙는다. 그 외에도 교토에서 봤던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왔다갔다 해도 호객 행위를 안하고 나이든 노부부 관광객이 걸어 올라올 경우 끈질기게 달라 붙어서 타고 가라고 종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신기한게 인력거꾼 중에 여성도 볼 수 있었는데, 남성이 끄는 인력거도 사실 미안해서 타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여성의 경우는 "과연 마음 편하게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열심히 뭐든 하려는 사람에 성별을 따져서 미안하지만.

사천왕상이 있는 입구

 도다이지(東大寺)는 세계 최대의 목조 건축물이다. 747년 경부터 짓기 시작해 749년 완성되었다고 하니 오래되기도 엄청 오래된 목조 건축물 되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부석사 무량수전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13세기 건축물이니, 도다이지(東大寺)가 500년은 앞서서 지은 목조 건축물이다. 그 시대에 2년동안 저렇게나 엄청난 크기의 목조 건축을 완성 시킬 기술과 인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사실 우리나라 국사 교과서는 의도적으로 일본을 축소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그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해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일할때 나와 또래인 야바시상 다카하시상과 일본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약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서로 기분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 그냥 살짝 견해 차이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멈췄지만. 그들도 독도 문제 (그들이 다케시마라고 부르는)를 알고 있었으며 과거 한국일본의 식민지 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36년간 지배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을때 그렇게나 자세히 가르치는 구나 하고 놀라워했으며 일본의 젊은이 대부분은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관심히 전혀(!) 없으며 가끔 뉴스에 잇슈화 되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이라고 했다. 또 독도나 기타 등등 서로의 역사 교과서가 전혀 다르게 쓰여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뭐, 역사가 나라마다 서로 다르게 쓰여지고 가르쳐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승자의 역사만이 기록된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던가. 그냥, 서로 교류가 많아지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되고 그러면 과거를 뛰어넘어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소리를 하면서 어색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마쳤지만, 언제 시간이 되면 이러한 주제로 길게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도다이지(東大寺)는 찾아오는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 엄청난 입장 수입을 올릴듯 한데, 그 입장료를 쓸데없는데 낭비 안하고 보수와 길거리 정비에 충실히 쓰고 있는 모습이다. 사슴 배설물들만 제외하면 정말정말 깨끗하게 관리되는 잔디밭과 나무들에 다소 감탄. 사천왕상이 있는 입구의 문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입장료를 받고 입장료를 내야 유명한 본당을 구경할 수 있다. 본당을 안볼 수는 없으니 일단 표를 구입하고 들어가보자.

사람 크기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거대한 건축물인지 알 수 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한국과 문화적으로 비슷한 나라를 꼽으라면 북한빼고 일본인데, 다른 것도 그 원인이겠지만, 비슷한 걸 보고 비슷한 걸 듣고 자라서가 아닐까? 문화 유적도 금동석가여래좌상인가 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똑같이 국보인 녀석도 있고, 서울역과 도쿄역은 똑같이 생겼었고, 자라면서 보는 TV프로그램도 똑같은 데다가 국사 교과서 뺴고 교육과정도 똑같고. 그러니 비슷한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것을 만들 수 밖에 없나보다. 오늘날 뿐 아니라 옛날에도. 위의 건축물도 지붕에 솓아있는 금색 뿔 한쌍과 정면의 종 형태를 한 구조물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전문가들이야 "무슨 형식 무슨 형식이 다르며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전해준 양식이 변형되어 어쩌구 저쩌구" 라고 하겠지만 어쩌겠나 내가 보기에 똑같은데.

 사진을 찍어대는 엄청난 인파를 지나 본당에 가까이 가보자. 가까이 가면 갈 수록 훨씬 더 커보이는 모습에 압도되는데, 그 중 최고를 꼽으라면 바로 불상의 어마어마한 크기 되겠다. 높이 17M로 역시 좌불로는 세계 최고의 크기라는데 가마쿠라에 있는 대불이랑은 어느게 더 큰건지 모르겠다.

기준이 없어서 크기가 짐작이 안가지만.. 아무튼 크다

 본당안에는 이 불상 말고도 주위를 빙 둘러서 역시 거대한 불상들이 있고, 지나가면 병이 낫는다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기둥도 있고,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거의 경사 80도의 까마득한 계단도 있다. (물론 일반인은 이용못한다) 그리고 꽤나 괜찮은 물건들을 팔고 있는 커다란 기념품 판매점도 있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이 많은데다가 가격도 살만했으므로 돈만 좀 더 있었어도 확 질렀으나 꾹꾹 눌러 참고 나왔다. 아마, 일본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많은 곳이었으므로 필요하다면 여기서 장만하는 것을 추천한다. 약간 더 고가의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나라 국립 박물관의 지하에 있는 기념품 판매 코너를 이용하면 정말정말로 고급스러운 제품이 많다. (물론 고급은 가격이 쎄다)

 커다랗기는 했으나 갯수는 몇개 없었던 도다이지(東大寺)를 나와서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나라 국립 박물관. 사실 도다이지(東大寺)나, 근처의 절들에서 나온 대부분의 유물들은 중심에 위치한 이 나라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어느 도시를 여행한다 하면 가장 먼저 그 도시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특히 역사적인 유적지가 대부분인 나라, 교토의 경우 더욱 더 그러므로 이 곳을 여행한다면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서 박물관을 한번 흝고 본격적인 관광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나라 국립 박물관, 우리나라는 유적의 빈곤 국가라는 것을 여길 보면 느낀다

 

 나라 국립 박물관을 보고 꽤나 크게 감동 받아서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국립 중앙 박물관을 찾아가서 전시 물품등을 비교해보았다. 비교 될 유물이 몇개 없다는 것은 누구 탓을 해야 할까; 힘이 약해서 우리나라 유적도 모두 외국에 뻇겨버리거나 파괴된 우리나라를 욕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뻇아가버린 일본이나 프랑스를 욕해야 하는 것인지. 나라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통일 신라 유적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중국의 유물들, 중국에서 자발적으로 기증 했을리는 없고 중국 침략시에 모두 약탈해 온 것 같은데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비슷비슷한, 어디가 다른지 모를 유물이 수도 없이 전시되어 있었다. 외부의 침략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체계적으로 관리된 것이 오래되서 그런지 정말 보존 상태가 좋은 것들도 많았고, 아무튼 문화적으로도 쉽게 무시될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 (언제까지 "다 우리나라에서 전해준거야"라는 말로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있을 것인가?)

 일본의 모든 국보, 보물을 컴퓨터로 모두 조회하고 초고해상도 사진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게다가 한글로 설명을 볼 수 있다니 믿어지는가?

 나라 국립 박물관에서 꽤나 오랜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서둘러 다시 전철을 타고 오사카로 돌아가야 했다. 어제의 불꽃놀이 구경으로 오사카 시내 구경 계획에 차질이 생겨 실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저녁이 전부 였으므로 역시 꽤나 바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는 과정은 크게 생략, 게다가 중간에 덴덴타운에서 해멘 이야기도 모두 생략. 목적지였던 도톰보리로 순간 워프하듯이 움직여서~

짠, 도톰보리가 나왔다

 

 오사카의 유흥의 중심지(?) 도톰보리다. 사실.. 주워들은 이야기이므로, 주워 들었다는 것도 믿기 힘든 여행가이드 책자의 설명이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서 본 결과 꽤나 놀기 좋은 동네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패션에 관심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위한 홍대 분위기도 좀 나고, 먹거리를 좋아한다면 유명한 식당들도 많고, 사람 구경하기 좋게 인파로 넘쳐나고, 괜히 흘러나오는 음악에 리듬을 맞추며 걷게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유명한 게 모형도 있고 말이다. 이게 진짠가? 하도 게 모양이 많아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도쿄의 번화가들 이름보다는 확실히 오사카 쪽은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도톰보리라고 들어도 "그게 뭐야?"라는 반응도 많이 나올테고. 또 그만큼 다양한 특색있는 거리가 아니라 모든 것이 혼합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나의 사전 조사가 부족해서던지 실제 그렇던지 간에 오사카에서는 거리 이름과 이미지가 확 떠오르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말하면 성질 급하고 다혈질인 오사카 사람들이 화낼래나. 아무튼 처음 일본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도쿄로 가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일본에 좀 맞을래나.

가이드북에 나와있기 때문에 모두들 가본다는 킨류-라멘

고등학교 야구부 애들이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단체로 와서 무한 리필 밥을 적극 애용하는 분위기

 많은 사람들이, 나 역시도 그랬고,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얻기 위해서 해외 여행에는 가이드 북을 참고를 하지만, 구별해서 받아들이는 눈을 가져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교통, 요금, 숙박등의 비교적 고정적인, 사람에 따라 차이가 없는 정보는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어느 가게가 맛있다, 라던가 주관적인 인상 같은 것까지 가이드북의 안내에 따른다면 실망이 클 것. 일본 체류 내내 가이드북의 음식점 정보를 보고 찾아간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하나같이 실망. 시부야의 100엔 스시가 그랬고, 위 사진의 킨류- 라면도 영;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다는 것은 맛집을 찾는 거지 싸고 양 많이 주는 곳을 찾는게 아닌데 말이다. 직접 일본인의 추천을 받는 경우가 가장 좋겠지만, 아닐 경우라면 역시 다년간의 일본 체류 경험이 있는 분의 조언을 듣고 찾아다니는 것이 낚이지 않는 방법 되겠다~

돈키호테. 저렴한 생필품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다이소를 비롯해서 일본에는 저렴한 생필품을 모아놓고 파는 돈키호테 같은 것이 인기인가보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의 슈퍼마켓 같은 것도 있지만,  약국에서 생필품들을 많이 팔고 있는데, 이름만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이지 실제로는 온갖 잡동사니를 다 팔고 있는 가게가 많다. 이타바시구로 이사온 첫 날 주위를 돌면서 생필품을 살만한 가게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발견한 것은 약국 뿐, 하지만 들어가보니 꽤나 놀라운 것들을 많이 팔고 있어서 간단한 것들은 이용해주었다. 주말에 밖을 돌아다니다가 들어올 때면 늘 스가모역에 붙어있는 Summit 인거 같은데 일어식으로 읽는 것 같은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대량 구입.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일상이었다. 참고로 소개하는 직원의 돌발 질문 몇개 소개.

  1. 봉투 필요하세요? : 의문문에 "후쿠로"라는 말이 들어가면 봉투 물어보는 말이니까 답해주자.
  2.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 "포인토- 카도-"라는 말이 들어가면 적립할꺼냐고 물어보니까 답해주자.
  3. 따로 담아드릴까요? : "베쯔니 시떼~"라는 말이 들어가면 따로 담을꺼냐고 물어보는거니까 답해주자. 계란을 샀더니 꼭 따로 담아주더라.
  4. 스푼 필요하세요? : "스푼~"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스푼 필요하냐고 물어보는거니까 답해주자. 와 같이 생긴 아이스크림 샀더니 물어보더라.
  5. 데워드릴까요? : 이건 뭐라고 물어보는지 들을수가 없었지만,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면 "항상 데워드릴까요?" 물어본다.

한신이 우승하면 여기 뛰어든다.

 회사에서 오사카까지 여행할꺼라고 그러니까 오사카에 대해서 뭔가 아는 것 있냐고 물어보길래, "한신이 우승하면 강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 라고 답하니까 어떻게 한국 사람이 그런 것까지 아냐고 특유의 일본 사람 호들갑을 떨면서 막 놀라워 하더라. 나도 해외 토픽 정도는 보는데 말이다. 일본 사람들 야구에 매우 매우 열광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 나조차 가물가물한데 주니치선동열이 활약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내가 일본에 있을때가 이승엽이 맨날 홈런 때리던 시기라서 그게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말이다. 미타선을 타고 오오테마치역을 지나다 보면 쿄진팀 선수들이 하나하나 광고판에 부착되어있고 "Giant Pride" 던가 문구가 세겨져 있었는데, 출퇴근시간에 이승엽 선수 모습을 보니까 얼마나 반갑던지. 그러고 보면 나도 이승엽 경기 꽤나 많이 본 것 같다. 집에 와서 저녁을 챙겨먹고 맥주 먹으면서 이승엽 선수 경기를 보고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홈런! 막 혼자 좋아하면서 내일 아침 식사로 먹을 빵과 우유를 사러 약국에 다녀와서 다시 TV를 트니까 또 이승엽 타수에 또 홈런이길래 "응? 리플레인가?" 했더니 연타석 홈런이고; 뭐 그런 추억이 있다는 것이다.

마루이 백화점인가.

 마루이치(01)이라서 줄여서 마루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자세한 연유야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백화점을 꽤나 사랑하는 일본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세탄이며, 한큐, 오다큐, 다케시마야(?) 등등 많은 백화점 수도 그렇고 10시 조금 전에 이세탄 백화점 앞을 지나가는데 어찌나 많은 아줌마들이 개장시간을 기다리면서 줄을 서 있던지; 아니 개장시간 맞춰서 오면 되지 왜 와서 줄을 서 있는 건지; 이해가 안가는 풍경도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재미 못보는 요도바시 카메라 스타일의 매장 같은 것도 꽤나 흥행하고 있는 걸 보면 "무조건 큰데가서 구입하자." 라는 기본 인식이 더 강한 건지.

일본 여성의 헤어스타일도 의외로 편차가 없다.

 

 우리나라보다 다양하고 잘 꾸미고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로 개성이 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하고는 다르다." 라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 또 일본. 바꾸어 말하면 일본에도 분명 대세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갈색으로 염색하고 어깨 길이의 머리에서 층을 크게 내고 샤방하게 다니는 사람이 다수. 남자의 경우는 안꾸미고 다니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거의 우리나라랑 구별하기 힘들고, 꾸미고 다닌다고 해도 워낙 우리나라 패션이 일본 따라잡는 경향이 강해서 요즘은 또 크게 차이가 없지 않을까? 그 차이는 점점 좁혀져서 이제 일본과 몇 개월 차이로 유행이 지나간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걷기만 한 무더운 빨간색 일요일의 아스팔트도 슬슬 식어가고 드디어 일본 체류의 마지막 날도 같이 저물어 갔다. 정확하게 36일째. 이제 하루만 더 자면 귀국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도쿄에 머물때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들었는데, 오사카에 오면서 부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분명 형편없는 숙소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여행에서 숙소의 비중이 큰 것인가;) 그런 숙소라도 돌아가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질린다. 편의점 도시락 ㅠ_ ㅠ" 

 마지막 날은 오사카 시내를 좀 돌아본 후 오사카 성을 보고 간사이 국제 공항으로 떠날 예정이다.

 

[6]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1/08 23:24 2007/01/0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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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4]

 오사카(간사이)로 여행 계획을 짤 때에는, 일반적으로 오사카를 중심으로 넣고, 교토, 나라, 고베 정도를 일정에 포함시켜서 하루씩 다녀오는 식으로 관광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빠짐없는 일정이다. 뭐, 나의 경우야 2박 3일이라는 시간 밖에 없었으니까 아쉽지만 고베를 포기했지만 말이다. 하루가 더 있었다면 물론 고베를 다녀오는 일정을 넣었을 것. 생각해보면 내가 왜 2박 3일 밖에 머물 생각을 못했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하루 더 있을껄. (아, 수강신청 때문에 일찍 왔구나!)

 아무튼 첫날 교토에서의 피로 때문인지 세상 모르고 그 썩은 냄새나는 숙소에서도 잘만 자다가 일어났다. 둘째날의 일정은 나라에 다녀오기. 사전에 알아본 결과 나라까지는 난바에서 전철을 타고 가면 되는 모양. 알아 봤다고는 하지만, 그냥 중간 경유역 이름 정도만 알아두고 자세한 사항까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복잡하기로 세계적인 도쿄 전철을 경험하면서 한달 살았는데, 오사카 정도야." 하면서 "임기 응변식으로 대처하자." 결심하고 이 곳으로 온 것이다. 일단은 아침을 먹어야 하겠는데, 주위에 적당한 식당이 있을리 만무하고 돈은 아껴야겠고, 해서 일단 난바까지는 나가서 아침을 해결하고 나라로 향하기로 했다. 서둘러 세수하는 흉내만 내고, 머리도 대충 감고(녹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세면대) 어제의 경험에 비추어 아주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노트북도 숙소 안에 남겨 놓은 채 숙소를 나섰다.

 나오자마자 더워. 정말 덥다. 왠지 무의식 속에서부터 일요일은 더 덥다고 오래전부터 쭉 생각해왔었는데, 그게 달력에 숫자가 빨간색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쉬는 날이라 놀러 밖으로 돌아다녀서 덥다고 느낀건지. 아무튼 이 날을 계기로 두번째에 무게가 실리는데..  생각해보면 숙소가 아무리 허름해도 에어컨은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아니었으면 어떻게 3일을 보냈을지. "필터 청소를 5년째 안한 에어컨이라도 상관없어. 이 더위라면." 이라고 역시 필사적으로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었을 수도.

 사실 숙소 근방이 배낭 여행객들을 위한 저가형 숙소의 밀집지역이 된 것은 환경이 좋다거나 하는 고차원적인 문제가 아니고, 단 하나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 외에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오사카 여행의 핵심인 우메다, 난바 역까지 몇 정거장 안 걸리는 그 거리만을 위해서 이렇게 수많은 배낭 여행객들이 곰팡이 냄새를 맡으면서 잠들어 가고 있는거다. 그리고 배낭 여행의 베테랑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 이지만 너무 사전 인터넷 예약 등을 통해서 숙소를 100% 잡으려고 노력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 예약이 가능한 숙소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 인터넷 예약을 가능하게 하는데 드는 비용을 숙박 요금을 통해서 만회하려고 하기 때문에 요금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도 숙소를 어떻게 잡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가보니 더 싼 가격(은 아니지만)에 더 좋은 환경의 숙소들이 꽤 있었다. 오히려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 가서 보고 고를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이다. 아주 성수기 아니면 거의 숙소 방은 남아 있으니 걱정할 것 없고 말이다. 사실 내가 여행 한 것도 배낭 여행의 최고 성수기라면 성수기인데 (비행기가 모두 매진) 그 숙소에도 아직 꽤나 많은 방이 남아 있었다는 거다. 또 방이 남는 다는 것은 실제 현찰을 들고 갔을 때의 에누리가 가능할 지도 모르니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가자.

 그리고 또 숙소에 대한 팁 하나. 흔히 일본으로 가는 배낭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숙소는 비지니스 호텔 아니면 한인 민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수기에 일주일 이상 도쿄오사카에 머물면서 여행 할 것이라면 위클리 맨션도 꽤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거다. 물론 예약 이라던가 돈을 지불할때 약간의 일본어가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번 요금을 찾아보았다. 내가 머문 숙소는 일박에 4500엔 가량 했었고, 방금 네이버에서 한인 민박을 검색해서 나온 첫번째 민박 (공교롭게도 내가 머문 숙소와 같은 역에 위치해있다.)의 하루 숙박 비용은 3000엔이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위클리맨션이 비싸지만 바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은 인원수가 증가할 경우에 있다. 예를 들어서 2명이 숙박을 한다 해보자. 그러면 민박은 두당을 받으므로 6000엔으로 뛰지만, 위클리맨션은 1000엔이 추가되므로 5500엔이다. 3명이 숙박할 경우는? 민박은 9000엔이지만, 위클리맨션은 6500엔이다. 그리고 사실 위클리맨션은 철저하게 독립 생활을 보장해주므로 누가 와서 자고 가던 신경도 안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2명이 가서 자도 일주일 자도 돈 더내라는 소리 없더라. (물론 계약상으로는 안되긴 하지만 말이다.) 4명 이상의 경우는? 사실 위클리 맨션이 원룸의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 이상은 숙박에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시설은? 상대가 안된다. 한인 민박에서 욕조에 물 가득 받아 놓고 목욕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위클리맨션은 독립 화장실, 독립 주방은 기본이다. 일반적으로 베란다도 있고. 요즘은 초고속 인터넷까지 거의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추세. 예비 이불, 예비 침대 커버, 다리미, 전자 렌지, 오븐, 토스트, 냉장고, 가스 렌지. 심지어 일주일 분의 나무 젓가락까지 완비. 쓰레기 봉투도 있다. 발 닦는 타올, 일반적인 수건, 커다란 타올도 2~3개씩 준비되어 있었고. 돈을 조금 더 내면 방 청소도 대행해주는 곳이 있지만, 배낭 여행객이라면 이런 서비스는 없어도 상관없다. 이렇게 좋은 시설과 저렴한 가격을 내버려두고 한인 민박을 찾는 이유가 바로 언어 장벽과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그런 것 때문. 뭐든 외국에서 한국어로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그 만큼의 부대 비용을 지불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무리 한국 사람이라도 사기꾼보다는 없는게 낫다.

 오사카에서 내가 묵은 숙소야 시설이 아무리 나쁘고 한글 서비스가 안되도 가격이 한사람이 일박에 1300엔도 안되니 양심적이기라도 하지, 저런 숙소에 두당 3000엔이나 받는 걸 보니까 내가 다 화가 나려고 하네. 누가 한국에서 위클리 맨션들이랑 연합해서 예약하고 하는 거 대행해주는 사이트 안 만드나.

 

 여행기 쓰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빠져서 한참 떠들었는데 아무튼 다시 돌아가도록 하자. 밖에서 받은 더운 열을 지하철 에어컨으로 식히면서 난바에 도착.

 

난바는 오사카 교통의 요지다?? (인 것 같다)

 

 교토던, 나라던, 고베던 다들 이 근처에서 출발하는 전철로 갈 수 있으므로 오사카(간사이)지방을 본격적으로 여행하려는 배낭 여행객이라면 이 근처를 꽤나 많이 와봐야 할 것이다.  

 아침은 마츠야에서 먹기로 했다. 바로 회사 다닐 동안에 받았던 정식 무료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다. 한국에 가지고 가봐야 의미 없으므로! 마츠야요시노야 같은 간단하게 혼자서 끼니를 때울 만한 식당이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별로 없는 데다가. 도쿄 등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퇴근 후 집에가서 밥을 지어 먹는다는 것이 귀찮은 데다가 반찬까지 꼬박꼬박 해 먹을 수도 없고 또 야근이다 뭐다 해서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피곤에 쩔은 상태고 말이다. 그러니 싼 가격에 24시간 끼니만을 때우기 위한 이러한 밥 집이 인기인 것이다. 물론 이런 식당은 배낭 여행객들에게도 매력적인데 싼 가격에 끼니도 떄우고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문화 체험이랄까.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망했나보다.

 

앗 저기있다. 마츠야! 간판 색을 보고 맞춘다면 이용 경험이 있는 분.

 이케부쿠로 역 근처만 해도 마츠야가 무려 6~7군데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즉, 어디던 둘러보면 있다고 보면 된다. 내가 들어가서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노라니 옆에 한국에서 오신 여성 관광객 2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역시 인기 있구나~" 한국 사람들은 마츠야를 주로 간다는데, 그 이유가 자판기로 미리 메뉴를 고르고 그 쿠폰을 점원에게 주면 요리를 건네주므로 일본어가 한마디도 필요가 없어서란다. 요시노야의 경우 말로 주문을 해야 된데나 뭐래나. 처음 일본에서 규동을 시켜 먹을 때 뭐가 뭔지 몰라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메뉴를 받고 사이즈를 물어보는데 나는 뭐가 뭔지 몰라서 보통으로 달라고 했더니 알아서 주더라.  옆에서 야바시상이 "오오모리"가 큰사이즈라고 말해줬었구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야바시상이 말해줬던 자신의 경우가 일반적인 일본의 젊은이상?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오고 도쿄 근처로 취직을 해서 도쿄 외곽의 저렴한 곳에 원룸을 얻고, 젊으니까 야근과 잔업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긴 출퇴근 시간에, 집에서 손수 만든 요리를 먹는다던가 하는 것은 생각치 못하고 늘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마츠야 같은 곳에서 허기를 달래고 꺠끗하지 못한 와이셔츠를 입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코인 란도리(우리나라 빨래방)에서 밀린 빨래를 처리하고. 그러면서 돈을 하나하나 모으고 30세 전에 결혼을 하고 조금 큰 집. 하지만 자신의 집은 아닌 월세를 살면서 (일본은 전세가 없단다) 자신의 집을 가지는 꿈을 꾸는 것. 이라나.

 뭐,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뭔가가 있다면, 사회 진출이 빠르다는 것. 그리고 부모로 부터 독립하는 대신 그 만큼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다는 것 정도 일까나. 9시가 넘은 시간에 도쿄로부터 외곽의 주택가로 가는 전철을 타면 피곤에 지친 양복을 입을 셀러리맨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군대를 다녀와도 또 대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고 또 4년제 대졸자의 비율이 높아서 사회 진출시기가 많이 늦어서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나름대로 발산할 시기가 긴 반면, 일본은 2년제 대졸자의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크고 심지어 고졸의 비율도 비교적 높고, 그 들이 사회에 빨리 편입되고 그 룰에 갖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젊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상하게 일본의 지하철이 활기차지 못해보이는 이유도 이런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츠야 주주에게 선물되는 무료 식사권으로 시킨 720엔짜리 갈비정식.

 위의 식사가 나름 오오모리다. 즉, 곱배기(?). 양이 많은 사람에게는 역시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의 식사량이 아닐까. 720엔이면 마츠야의 메뉴중에서는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데도 이 정도다. 확실히 갈비가 비싸서 그런걸까. 공짜니까 감사히 먹었지, 아니었으면 그냥 제일 싼것에 양만 많은 것 시켜 먹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일주일만 이것저것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녀도 아마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1엔, 10엔짜리 동전이 무지하게 많이 남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런것들 어짜피 환전도 안해주므로 가능하면 100엔짜리보다는 10엔짜리 10개 모아서 쓰고 1엔짜리는 상점에서 물건살 때 소비세로 내고 그러자. 나중에 1엔짜리 다 처리하느라고 얼마나 애썼던지. 4주동안 신경안쓰고 있다가 마지막 1주에 1엔짜리 수십개씩 내고 그랬다 -ㅅ-

 자 이제 배도 적당히 채웠으니 이제 나라로 가보자. 나라까지는 역시 전철 한번으로 갈 수 있는데 가는 도중에 펼쳐지는 오사카 시내의 전경이 꽤나 볼만하므로 창가에 앉아서 주의를 집중해보자.

 

역에서 나와 저 분수대 있는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나라를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에는 단연코 사슴이 일등 공신이 아닐까 한다. 나라는 사슴, 닛코는 원숭이. 뭐 이런식으로 지역을 동물과 관련시켜서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서울숲에 사슴을 풀어놨다고 해서 가봤더니 이건 그냥 동물원이잖아; 나라의 사슴은 사람과 공존함으로써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길에 태평하게 누워서 자고 있다던지, 먹이인 센베를 노점에서 사면 그 냄새를 알고 달려든다던지. 뭐 이러한 재미있는 이벤트들이 잔 재미를 주는 것이다. 단, 그 고약한 변은 어떻게 처리를 못해서 사람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아무튼 도다이지(東大寺)로 올라가는 길에도 꽤나 많은 사슴들이 길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고플때만 일어나서 먹이를 구입하는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바로 이런 녀석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

 

[5]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7/01/02 00:38 2007/01/0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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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3]

자판기에서 사먹는 음료수 하나도 아끼던 우리였지만, 이 날은 정말 음료수만 몇 개를 사먹은지 모를 정도로 덥고, 수분이 줄줄 흘러나가는 탈진 상태의 날이었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자판기가 정말 많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니 만큼, 최대한 자동화 시킬 것은 시켜야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포함된 서비스나 물건을 구입하려면 그에 따른 꽤나 큰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서 미용실 같은 곳을 가려면 아무리 간단한 수준의 커트라도 1만엔 정도는 지불해야 하는 것 같았다. 프리타라는 일본에서 들어온 신조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는 워낙 기본적인 인건비가 비싸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가 유지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회사의 하마미치상이 니트족을 아냐고 나에게 물어본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부모가 돈이 많은 경우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니까, 일본이랑 똑같다고 신기해했다. 치상과는 차를 같이 타고 다니면서 한국일본의 차이점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 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또 소개하면..

"류상, 일본 지하철 사린사건 알고 있나요?" (류상, 니혼 지카테츠 사린지켄 싯떼마스까?)

"일본 지하철 살인사건이요?" (니혼 지카테츠 사쯔진지켄 데스까?)

"살인이라면 살인이겠지요."  (사쯔진나라 시쯔진데스요)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 피식~할 만한 이야기겠다. 사린지켄이란 말을 하마미치상은 오움진리교사린가스를 지하철에 무차별 살포해 많은 사람이 죽은 그 사건을 말하기 위해서 사린가스를 앞에 붙여 "사린사건"이 된 것이고, 나는 사린을 순간 한국어 살인으로 알아듣고는 일본어 살인(사쯔진)으로 바꿔서 생각해서 "사쯔진지켄" (살인사건) 이라고 되물어본 것이다. 나중에 사린이 살인과 발음이 똑같고 그게 일본어 사쯔진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해주면서 둘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ㅎㅎ 하마미치상과 어느 지하철 역 옆을 지나가다가 나눈 대환데 그 지하철 역에서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설명해주었다.

내려가서 교토의 복잡한 버스노선도를 보고 킨카쿠지(金閣寺)로 가는 노선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갈아타지 않고 바로가는 노선이 있었는데, 앞에서 타고 온 시간을 고려했을때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몇 분 후 도착한 버스에는 다행히 사람이 얼마 없어 가장 앞에 앉아 전망을 즐기면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편안한 의자가 준비되고 전날 야간버스에서의 피곤함 때문인지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번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서 떨어뜨릴 뻔해서 놀라서 깬 것을 제외하면 간만의 휴식!


이 사진을 찍고 난 이후 의식을 잃었다.


일본의 버스는 일반적으로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탈 때 번호표 같은 것을 뽑아 두었다가 내릴 정류장에서 앞에 표시된 전광판의 번호 아래 쓰여진 요금을 내고 내리면 된다. 우리나라 처럼 서울-수원 왕복해도 눈치없이 800원만 내고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요금을 검사하기 때문에 주의. 만약 번호표를 안뽑았거나, 잃어버렸을 경우 무조건 최고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이것도 역시 주의. 일본의 모든 버스를 다 타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타본 것은 그렇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요금 체계는 철저히 합리적 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많이 간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간 사람은 적게 내는 구조로 우리나라보다 그 편차가 크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훨씬 비싸다. 특히 일본에서 처음 전철을 타는 사람들은 유의할 것이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대략 1시간 넘게 전철을 타고 다치카와-치바까지 갈 일이 있어서 왕복했더니 요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 가까이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안에서 소요산까지 3시간가까이 가도 1800원이면 된다;;


킨카쿠지(金閣寺)는 건물의 외벽 전체가 금으로 칠해졌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사실, 이 건물도 오리지널이 아니라 없어진 것을 그 후에 다시 짓고 보수하고 보수해서 현재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유지시켰다고 한다. 전체 순금도 아닌 것이 금박으로 칠해졌다고 해서 유명하다. 금도 얼마 안들텐데..  우리나라에도 금으로 칠해진 법당 같은 것들은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도쿄에서 회사 사람들한테 "킨카쿠지에 가요." 하니까 2명은 알고 2명은 어딘지 모르던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유명한 곳은 아니겠지.


물론 물에 비친 법당의 모습이 유명하다.


킨카쿠지(金閣寺)는 한국인이 어찌나 많이 오는지 입장권에 일본어와 동일한 크기로 한국어로 적혀있다. 또, 사실 가보니까 많긴 하더라. 교토로 가는 열차부터해서 키요미즈테라(清水寺)킨카쿠지(金閣寺)에 이르는 루트동안 한국분들을 꽤 많이 봤으니. 뭐 혼자 온 관광객이라면 주저없이 사진이라도 부탁해보자. 비싼 입장료에 비하면 사실 볼 것은 저 건물 하나라. 관람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단점이 있다. 기념품이라도 고르면서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꽤 늦은 시간이 되었다. 오사카 시내 관광을 밤에 하기로 되어있으므로 일찍 교토를 떠나야 했다. 여기까지 온 버스가 오래 걸렸으니까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서둘러 이 곳을 떠났다.


일본의 여름은 "마쯔리"로 대표된다. 여름에 도쿄아사쿠사 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축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껴봤을 것이고,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금붕어 건져내는 놀이나, 하나비 장면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은 마을이라도 이러한 "마쯔리"는 꼭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데 나름대로 역사가 긴 전통의 도시인 교토에도 그러한 분위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 옆 강가에는 천막을 친 노점상이 쭉 늘어서 있고 뭔가 파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강을 물려주자.


여름에 일본에 간다면, 꼭 하나비는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본의 불꽃놀이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고.. 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일본 불꽃놀이가 세계 최고라고 보면 된다. 여름만 되면 전국이 불꽃놀이로 들썩이는데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라면 여름 거의 주말마다 커다란 규모의 불꽃놀이가 있다. 날짜가 겹쳐서 어디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지 주말에 불꽃놀이가 없어서 못보지는 않는 정도다. 도쿄에서는 가장 큰 것이 아사쿠사 옆을 흐르는 스미다 강을 따라 2군데서 동시에 벌어지는 스미다 불꽃놀이가 제일 크다. TV에서 생중계를 해주므로 집에서도 볼 수 있기는 한데, 한국인의 관광객이라면 실제 가서 보면 더욱 더 신기한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사카의 경우는 PL 불꽃놀이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이 글의 마지막에 오사카 요도가와 불꽃놀이 동영상을 링크했으니 참고!


여자들은 저런 옷을 남자들은 그냥; 온다.


교토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로 돌아가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다. 요코하마에서 한번 겪었던 것처럼 사람이 많을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경할 수 있는 장소가 요코하마때 보다는 비교적 넓어서 정말로 콩나물 시루에서 삐져나온 하나의 콩나물 가닥처럼 구경하지는 않고 비교적 인간답게 볼 수 있었다. 뭐, 자리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다.

역에서 나오자 마자 장소를 고민할 필요 없게 만드는 거대한 군중의 행렬. 따라가면 되겠구나. 하지만, 이정도의 인파라면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다. 이미 이때 이 거대함에 눌려서 피날레는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하루동안의 강행군으로 땀으로 범벅이 된 옷. 맥도널드 빅맥으로 때운 점심으로 인한 허기. 등으로 더이상 밖에서 돌아다니기는 정말로 힘든 상황. 말 그대로 그 썩어가는 숙소라도 돌아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아, 이제 일본은 더 이상 싫어!" .. 뭘했다고 -ㅅ-


유명한 빌딩. 유명하다는 것 이외의 정보는 없다.


불꽃놀이의 동영상은 다음 포스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메모리도 부족하고 해서 중간중간 끊어가며 찍어야 했던 것이 아쉽다.

http://www.linus.pe.kr/home/tt/entry/오사카-요도가와-불꽃놀이-2006-동영상


불꽃놀이의 탄성은 잠시 피곤을 잊게 해줬지만, 시선을 하늘에서 땅으로 돌린 순간 어김없이 피곤은 다시 찾아왔다. 도로 통제 때문에 빙빙 돌아 찾은 지하철 역과 몰려든 인파로 가득찬 지하철을 거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과 맥주로 저녁을 때우고, 9시 이후에는 샤워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8시 55분에 들어가서 10분만에 끝내야만 했던 샤워; 그리고 이러한 사실조차 불쾌하지 않게 만드는 피곤 때문에 눕자마자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내일은 나라다." 하면서..


[4]편에 계속..

Posted by Hwijung

2006/12/29 23:41 2006/12/2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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